차세대 항암치료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 보험급여 적용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정부가 폐암 등에 높은 치료효과를 지닌 면역항암제에 대해 경제성 평가면제, 위험분담제 도입을 통해 환자 약값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한암학회는 지난 17일 제 42차 학술대회 및 국제암컨퍼런스에서 진행된 특별세션 ‘면역항암제의 국내 도입과 과제’에는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 국내에서는 ‘키트루다’와 ‘옵디보’라는 2개의 면역항암제가 식약처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도 처방할 수 있게 됐으나, 고가의 약물로서 환자와 정부 모두에게 재정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에 면역항암제에 대한 신속한 보험급여의 도입이 이슈가 되고 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고가의 면역항암제의 경우 보험급여 적용이 될 경우, 건보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효과가 있는 약물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면 환자 약값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고형우 과장은 "경제성평가면제 원칙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이용해서도 가능할 수 있다" 며, 급여기준확대를 추진하여 위험분담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정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실장은 “의료계 전문가들, 관련학회의 의견을 수렴해서 보험급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위험분담제로 급여에 들어오는 것이 우선일 것으로 보이며, 협의체구성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도 면역항암제 보험급여 적용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일부 환자에서 완치를 치료 목표로 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치료제”라며 “치료제의 보험급여는 비용효과 및 재정영향 등으로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급한 결정을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급여가 필요한 환자에게 급여 적용을 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열홍 국립암센터 교수는 “혁신 신약 급여평가 시에 기존의 치료방법으로 치료했을 때 발생하는 재발 및 부작용 관리를 위한 의료비 지출도 경제성 평가에 포함돼야 하지만 현재 제도 하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며 “대체 약제와 비교 시 다양한 평가 요소가 반영될 수 있도록 새로운 경제성 평가 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성균관대 이의경 교수 역시 면역항암제를 보험급여 적용을 위한 탄력적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의경 교수는 “면역항암제의 급여방법은 위험분담제가 가장 적절하며, 경제성평가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완치’가 가능한 치료에 대해서는 사회적 지불의사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면역항암제에 대한 논의에서 환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가 매우 높아 보험급여는 적은 범위라도 빠르게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보험급여 범위를 제한하되, 빠르게 정책에 도입될 수 있도록(Start Small, Move Fast) 하는 선제적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주도할 협의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회에서는 면역항암제 투여 환자의 수기가 소개되기도 했다. 4기 폐암으로 고통받던 아버지의 투병 사례를 전한 최효심씨는 “71세의 아버지가 면역항암제 치료 시작 이후 섬에서 배타고 KTX 타고 서울에 와서 치료를 받으러 올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면역항암제 투여를 했는데 놀라운 효과를 봤다. 하지만 치료비가 너무 비싸 지속적으로 투여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루 한 시간 일분 일초라도 빨리 면역항암제에 대해 건강보험적용이 돼서 많은 환자들이 비용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