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의료사고 없어지길” 환자안전법 29일 개시

“억울한 의료사고 없어지길” 환자안전법 29일 개시

환자안전법 29일 시행, 국가차원 환자안전시스템 출범

기사승인 2016-07-29 10:07:09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히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이 29일 오늘부터 전면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안전법(15.1월 제정), 환자안전법 시행령(15년6월 제정), 환자안전법 시행규칙 등 환자안전 법령이 29일 일제히 시행된다고 밝혔다.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국가차원의 체계적 관리시스템 구축을 기본을 목적으로 한다.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의료인 등의 자율적인 보고를 분석해 의료기관 전체를 학습시키는 보고학습시스템 구축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환자안전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한 소년의 죽음이 그 계기가 됐다. 2010년 5월 29일 백혈병 투병중인 아홉 살 정종현 군이 정맥에 맞아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척수강 내로 잘못 주사 맞아 사망한 것. 종현이 부모는 사소한 투약오류로 사망한 아들 종현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환자단체연합회와 함께 환자안전법 제정운동을 추진했다. 

이후 청원운동, 국회 공청회 등을 거쳐 2014년 1월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과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이 각각 환자안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11개월 만인 지난 2014년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국가차원의 체계적 관리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자율보고를 기반으로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정보를 분석해 재발방지 방안을 만들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의료기관 전체를 학습시키는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을 운영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환자안전기준, 환자안전지표, 환자안전종합계획, 국가환자안전위원회 등을 마련해야 한다. 개별 의료기관 차원에서는 종합병원 및 200병상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환자안전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환자안전법의 특징 중 하나는 환자안전활동의 정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보건의료기관의 장 및 보건의료인의 책무, 환자안전종합계획의 내용, 환자안전위원회의 업무, 전담인력의 업무를 규정한 조항에서 환자안전사고 예방활동의 주체를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기관 종사자로 제한하지 않고, 환자나 보호자도 포함시킨 것이다. 

또한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켰거나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보건의료인, 보건의료기관장 이외 환자나 환자보호자도 그 사실을 환자안전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서식에 따라 우편, 팩스 또는 인터넷 등의 방법으로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 운영자로 위탁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의무보고가 아닌 자율보고를 원칙으로 하는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이나 보건의료기관장의 환자안전사고 보고율 저조의 한계를 환자안전사고를 경험했거나 알게 된 환자나 환자보호자의 자율보고를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했다.

보고로 인한 불이익을 막기 위해 ‘보고자’ 보호 장치도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2016년 6월 제정된 환자안전법 시행령과 오늘 7월 29일 제정·시행되는 환자안전법 시행규칙에 담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접수일로부터 14일 내에 내용을 검증한 후 개인 식별정보는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완전히 삭제한다.

만약 보고 비밀을 누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보고를 이유로 보고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했다. 보고는 비밀로 개별차원에서 이뤄지지만, 환류는 의료기관 전체에 제공하는 방식의 체계를 갖춘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안전법이 의료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법’의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안전법 시행에 앞서 우려 사항도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안전법은 보건복지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병원계와 의료계의 반대로 환자안전법의 실효성 담보수단으로 도입된 각종 벌칙 조항이 삭제됐다. 환자안전 전담인력 고용의무, 환자안전기준 준수의무 등을 위반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어서 실효성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자율보고자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가장 확실히 방법은 재판에서 보고된 자료나 정보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이라며 “그러나 이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 부분은 환자안전법 개정을 통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환자안전법에 대한 보강 차원에서 환자안전사고 예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건의료 인력기준’을 추가하자는 의견, 환자안전사고 관련 알권리 증진을 위해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추가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안 대표는 “환자안전법은 우리나라가 개별 병원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환자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게 함으로써 환자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환자안전법 시행에 따라 의료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한 의사는 "환자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의료인들에게 자칫 환자권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병원에서는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환자안전법이 시행되며 환자안전 관련 전담인력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법 시행에 맞춰 환자 안전 관련 정비를 해야 한다. 전담인력 2명을 배치하는 것이 문제다. 법이 시행되는 것은 좋지만 그에 맞는 인건비 지원 등의 정부 지원책이 더 마련되면 좋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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