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이가 3년 간의 항암치료 맨 마지막이 아니라 처음이나 중간단계에서 사망했다면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았을 겁니다. 백혈병이 워낙 위중한 병이니까 치료 중 사망한 거겠지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날 아이가 의료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의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이 법을 통과시켜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종현 엄마 김영희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이 오늘(29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이 시행되기까지는 ‘종현이’ 부모의 노력이 컸다. 9살 아들을 의료사고로 잃는 부모는 환자안전법 통과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종현이 사건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다. 종현이는 지난 2007년 4월 경북대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중인 아홉 살 어린이였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항암치료 고통은 상당했다. 3년간 총 16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고된 인내의 시간 속에서 어린 종현이는 17차 항암치료만 받게 된다면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의 심장은 맥박 200회를 넘고 혈압이 40도 안되면서 멈췄다. 당시 부모는 당시 종현이 부모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하느님 품에 가서 편하게 지내렴. 사랑한다”는 마지막 인사까지 했다.
장례를 치를 때가지만 해도 종현이 부모는 아이가 의료사고로 사망한 것을 몰랐다고 한다. 알고보니 마지막 항암치료을 받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의료진의 실수로 종현이의 정맥으로 주사되어야 할 항암제‘빈크리스틴’과 척수강 내로 주사돼야 할 항암제 ‘시타라빈’이 뒤바뀌어 주사가 됐다. 종현이는 열흘 동안 극심한 고통 속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사망한 것이다.
이를 알게 된 것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부터다. 장례를 치르고 난 뒤 종현이 부모는 ‘빈크리스틴’이라는 단어로 인터넷가 검색을 하다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빈크리스틴 투약오류로 사망한 백혈병 어린이가 우리나라에서도 종현이 이외 세 명이나 더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국, 캐나다 등 외국에서도 오래전부터 큰 사회적 이슈가 되어 상세한 투약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종현이 사건 발생 이전 3건의 빈크리스틴 투약오류 사망사건들은 모두 유족과 병원이 합의를 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종현이 부모는 종현이는 이미 하늘나라로 갔지만 제2의, 제3의 종현이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10년 10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빈크리스틴 척수강 내 주사로 인한 의료사고 예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이러한 민원을 검토한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학회를 거쳐, 전국 병원에 ‘빈크리스틴(Vincristine) 적용 관련 유의사항 및 피해 예방법 안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종현이 사건은 민사소송이 제기돼 법정 공방을 진행하고, 해당 병원이 의료사고를 인정하며 손해배상을 하고 난 후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길병원에서 2012년에 동일한 사건이 또 다시 반복됐다.
종현이 부모는 종현 군과 같은 빈크리스틴 투약오류 사망사건이 재반복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단체연합회 등의 환자단체들과 함께 ‘환자안전법’ 제정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4월 9일 1만명의 이름으로 국회에 ‘환자안전법’ 제정을 청원했다. 이후 올해 1월에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과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이 각각 ‘환자안전법’을 대표 발의하고 법이 통과됐다.
한편 이 법이 오늘부터 본격 시행된다. 제2의 종현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법이 본격 시행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안전법(15.1월 제정), 환자안전법 시행령(15년6월 제정), 환자안전법 시행규칙 등 환자안전 법령이 29일 일제히 시행된다고 밝혔다.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국가차원의 체계적 관리시스템 구축을 기본을 목적으로 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안전법이 의료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법’의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안전법 시행에 앞서 우려 사항도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안전법은 보건복지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병원계와 의료계의 반대로 환자안전법의 실효성 담보수단으로 도입된 각종 벌칙 조항이 삭제됐다. 환자안전 전담인력 고용의무, 환자안전기준 준수의무 등을 위반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어서 실효성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법 시행은 의미가 있다. 환자 안전을 위해 국가가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종현이 엄마의 눈물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법안 시행을 통해 입증됐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