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케어’ 폐지 재확인…문제는 저소득층 부담 증가

트럼프 ‘오바마케어’ 폐지 재확인…문제는 저소득층 부담 증가

기사승인 2017-03-02 09:55:38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8일 미국 연방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오바마케어의 폐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를 폐지한 뒤 어떠한 형태의 대체안이나 건강보험 개혁안을 추진할 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첫 번째 행정명령으로 ‘오바마케어’ 폐지에 서명했지만, (오바마케어) 폐지 후 저소득층의 의료비부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폐지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의회 연설에서 “오늘밤, 나는 의회에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대체할 것을 촉구한다. 선택을 넓히고, 접근을 늘리며, 비용도 줄면서 동시에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개혁안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체안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세금공제와 건강저축계좌(HSA) 확대를 통해 미국인들이 스스로 건강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3월 공화당 대통령 경선 후보 당시 발표했던 공약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화당은 현재 톰 프라이스 보건복지부 장관이 하원의원 시절 제출한 프라이스 안(案),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발의한 라이언 안 등 3건의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을 놓고 대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력 용의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고,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오바마케어 폐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티브 비시어 전 켄터키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민주당을 대표해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건강보험이 필요한 수백만명의 미국인으로부터 이를 빼앗으려고 결심했다. 이는 게임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라며 공개적으로 오바마케어 폐지 추진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오바마케어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이 아니라 우리의 친구이고, 이웃이다’”라며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겨우 먹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대변자가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미국 국민이 아니라 월가의 대변자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도 지난 1일(현지시간) CNN방송의 뉴데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할 용의가 있지만 그는 한 번도 연락해온 적이 없다. 우리는 기다리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전진시킬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척 슈머 원내대표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관련해 “민주당은 기꺼이 수정할 용의가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완전히 폐지하는 것만 검토하고 있다. 만약 오바마케어 폐지를 철회하겠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건강보험개혁법을 만들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현행 전국민건강보험인 오바마케어가 폐지되면, 미국의 저소득층 상당수가 보혐료 부담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카이저가족재단이 1일(현지시간) 펴낸 ‘오바마케어 대체와 세금공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오바마케어에 가입한 미국인들은 공화당 대안 도입 이후 세금공제(2020년 기준) 혜택이 평균 36% 축소된다. 이는 건강보험료를 먼저 낸 후 추후 세금공제 형식으로 되돌려받는 환급액이 36% 감소해, 보험료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바마케어는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나, 공화당 대안은 소득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아 저소득층의 혜택이 지금보다 많이 감소한다고 지적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특히 보고서에서는 “공화당이 논하고 있는 대안은 오바마케어에 비해 세금공제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고령일수록, 고위험 지역 거주자일수록 지금보다 더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7일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한다면 첫해에만 약 1800만명의 미국인이 건강보험 혜택을 잃게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의회예산처는 보고서를 통해 “공화당이 대안없이 오바마케어를 없애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10년 내에 건강보험 미가입자가 32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하고 “개인보험(민간보험)에 소요되는 개인 가입자의 보험료는 10년 이내에 두 배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2010년 3월 승인돼 2012년 연방법원에서 합헌 판결을 받아 2014년 시행된 오바마케어는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과 전국민 건강보험을 골자로 하는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PACA 또는 ACA,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목표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던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가입하도록 한 건강보험 개혁정책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는다.

오바마케어는 미국 내 3200만명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으로 2017년 1월 현재 약 2100만명의 미국인이 가입해 있다.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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