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오랜만에 등장한 여성 투톱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쿡리뷰] 오랜만에 등장한 여성 투톱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기사승인 2017-03-09 18:33:42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깊숙이 퍼진 문제를 소재로 한다. 바로 비정규직과 보이스피싱이다. 만년 비정규직 인생을 살고 있는 장영실(강예원)은 가까스로 취업한 직장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 특수요원이 돼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한다. 장영실은 그곳에서 잠입수사 중인 경찰 나정안(한채아)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우연히 비밀 임무를 맡게 된다는 점에서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가 떠오른다. 매 순간 참는 것에 능숙한 비정규직 요원 장영실과 한 순간도 참지 못 하는 경찰 나정안이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된다는 전체적 서사도 비슷하다. 하지만,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적은 한국 영화시장에서 두 명의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은 신선하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과 갈등을 해결하는 순간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장영실과 나정안은 각각의 상사를 ‘오빠’라고 부르며 그들의 지시를 받지만, 주요한 선택과 해결은 남성의 도움을 받지 않은 주인공의 몫이란 점이 흥미롭다.

강예원은 소심하지만 다재다능한 장영실 역을 맡아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열연을 펼쳤다. 입에 욕을 달고 사는 다혈질 형사 나정안 역을 맡은 한채아의 연기변신도 성공적이다. 최근 드라마에서 각광받고 있는 남궁민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미스터리한 사장 최민석 역을 맡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상대적으로 신선하고 흥미롭게 형성된 캐릭터에 비해 영화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주제의식을 다루는 방법은 아쉽다. 언더커버 첩보물로서 웃음과 비정규직에 대한 주제를 다 잡으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개 모두 개운하게 풀어내지 못했다. 보편적인 정서가 안일한 연출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는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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