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바기념관에 보내는 여고생 편지…“적은 돈이지만 의미 있게 쓰이길”

단바기념관에 보내는 여고생 편지…“적은 돈이지만 의미 있게 쓰이길”

기사승인 2017-10-31 17:07:54

“적은 돈이지만, 의미 있는 곳에 쓰여 뿌듯하다”

인천 남구 학익동 학익여자고등학교 2학년 4반 금자영(18)양이 지난 24일 단바망간기념관(丹波 マンガン 記念館)(단바기념관) 기부금 행사에 동참한 소감을 밝혔다. 

일본 교토(京都)시 우쿄구(右京区) 게이호쿠초(京北町)에 위치한 단바기념관은 일본 유일의 강제동원역사관이다. 재일동포 2세인 고(故) 이정호(1932~1995) 전 관장이 사비를 들여 건립했다. 현재는 고 이 전 관장의 셋째 아들 이용식(58) 관장이 단바기념관을 운영 중이다.

단바기념관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탄광에 강제동원됐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삶을 재현한 의미 있는 장소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관람객이 적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 관장은 지난 5월24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상 이곳을 유지하기 어렵다. 한해 적자가 500만엔(한화 약 5085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바다 건너 단바기념관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장명숙 교사 덕분이다. 장 교사는 학익여고에서 윤리와 사상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일본 여행 중 우연히 알게 된 단바기념관을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2학년(1반~7반) 학생들과 함께 일주일 동안 모금 운동을 벌였다. 기부 금액은 50원부터 1만원까지 다양했다. 기부금은 7일간 15만원이 모금됐다.

학생들은 이 관장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김지현(18)양은 편지에 “2학년에서 시작한 작은 관심이지만,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단바기념관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며 “이곳이 없었다면 한국인이 일본에서 당한 수모와 노동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한슬(18)양은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바기념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신 관장님에게 감사하다”며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이 기념관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학년 4반 학생들은 단바기념관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적어 교실에 붙여 놓았다. ▲관련 홍보 영상을 제작해 SNS를 통해 알리기 ▲단바기념관을 알리는 청소년 단체 만들기 ▲단바기념관과 관련한 물품을 제작해 판매하기 ▲국가기관에 지원 요청하기 ▲단바기념관 홍보 캠페인을 통해 등굣길에 다른 학생들에게 알리기 ▲‘단바 사랑의 저금통’을 통해 모은 성금 전달하기 ▲‘단바돕기’ 학급 벼룩시장 열기 등이다. 

장 교사는 지난 1일 기부금과 편지 전달을 위해 단바기념관을 직접 찾았다. 그러나 당시 단바기념관 직원이 문을 늦게 열어 편지와 사진만 전달됐다. 장 교사는 “닫힌 문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우토로 마을’처럼 단바기념관 역시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최상구 지구촌동포연대 사무국장에 따르면 단바기념관은 현재 매주 수요일 휴관한다. 오는 12월15일부터 2018년 3월15일까지는 제설의 어려움으로 인해 휴관할 예정이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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