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베 시절’ 재현한 포그바, ‘맨유 시절’ 만들 때

‘유베 시절’ 재현한 포그바, ‘맨유 시절’ 만들 때

‘유베 시절’ 재현한 포그바, ‘맨유 시절’ 만들 때

기사승인 2018-01-02 15:34:26

‘OO 시절’이란 표현은 선수 내지는 팀이 과거 구가한 전성기를 회자할 때 흔히 쓰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했으나 지금은 하위 리그로 추락한 리즈 유나이티드가 축구팬들 사이에서 ‘리즈 시절’로 표현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폴 포그바에겐 ‘유베 시절’이 있다. 2012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유벤투스로 적을 옮긴 포그바는 124경기 28득점으로 세리에A 우승(4회), 코파 이탈리아 우승(2회),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 우승(3회)을 이끌었다.

포그바는 2016년 8월, 당시 역대 최고 이적료인 1억500만유로(약 1290억원)에 맨유 리턴이 결정됐다. 모예스-판 할 체제에서 실패를 경험한 맨유는 무리뉴 감독 부임 후 막대한 투자로 퍼거슨 시대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애썼다.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2012-2013시즌 퍼거슨 감독이 마지막으로 우승컵을 일궈낸 이후 4~7위로 답보 상태에 머물던 맨유는 무리뉴-포그바가 합류한 뒤 6위로 오히려 전년 대비 순위가 떨어졌다.

맨유로 온 포그바는 ‘유베 시절’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맨유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포그바는 최고 몸값 선수로서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근래엔 잦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가 하면 SNS에 지역 경쟁 팀인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을 겨냥, “우리 선수들이 중요한 시점에서 부상을 당하듯 맨시티 선수들도 부상을 입길 원한다”고 발언했다가 질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31일 사우샘프턴전에선 네마냐 마티치의 슈팅에 괜히 발을 갖다 대 ‘9000만 파운드짜리가 오프사이드 룰을 모른다’는 조롱에 직면했다. 과거 호날두의 칩샷을 나니가 헤더로 연결해 골을 무산시킨 것과 비슷한 장면이었다.

이렇듯 경기 안팎에서 시끄럽던 포그바가 지난 2일 반전을 만들었다. 에레라와 함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그는 팀의 2골에 모두 관여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주로 쳐진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것 대비 훨씬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탄력성 있는 변칙 플레이는 포그바의 주특기이자 최대 장기다. 이날 포그바는 중앙보다 좌측에서 활발한 돌파로 상대의 이목을 끌었다. 안정적인 볼 점유로 수비를 어지럽히는 사이 다른 선수들은 ‘자유’를 얻었다.

후반 11분 포그바의 센스가 빛을 발했다. 역습 상황에서 포그바는 좌측으로 빠져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에버턴 수비가 진형을 갖췄지만 포그바는 한 박자 빠른 아웃사이드 패스로 수비가 미처 붙지 않았던 마르시알에게 공을 넘겼다. 마르시알은 감각적인 인사이드 슈팅으로 골키퍼를 넘어 골망을 갈랐다. 두 선수가 합을 이룬 완벽한 골이었다.

두 번째 도움 역시 좌측에서 이뤄졌다. 볼을 뺏고 빼앗기는 혼전 상황에서 포그바가 좌측면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찔러 넣어줬고, 이를 린가드가 2-3차례 중앙으로 드리블 후 강력한 슈팅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아직 한 경기지만 포그바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포그바가 유벤투스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포지션이다. 그러나 팬들이 말하는 ‘유베 시절’은 지금껏 조롱거리로 쓰였다. 포그바가 천문학적인 몸값을 등에 업고 맨유로 이적한 이상 ‘맨유 시절’의 새 역사를 써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 경기가 그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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