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터키 전지훈련을 통해 월드컵에 쓸 칼을 담금질한다. 동아시아권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위주로 소집됐지만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몇몇 포지션은 월드컵 주전 멤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스파링’으로만 볼 수 없는 유럽길이다.
신태용 감독은 어제(15일) 축구대표팀 전지훈련 소집명단 24인을 발표했다. 신태용호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터키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이 기간에 몰도바(27일), 자메이카(30일), 라트비아(2월3일) 등을 차례로 상대한다. 짧은 기간 실전 경기를 토대로 선수들의 실 기량을 점검한다는 신 감독의 포석이 깔려있다.
신 감독은 명단 발표 당시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가 어려운 선수들이 있다.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호흡을 생각해 포괄적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목표를 생각할 때 이번 평가전의 경기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더구나 이번에 소집된 선수들은 대부분이 비시즌인 상태로, 실전에 바로 기용될 컨디션이 아니다. 경기 내용에서 매끄럽지 않은 모습이 나올 수 있다.
결과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이번 전지훈련에 이목을 끄는 건 유럽파 외 포지션의 경쟁구도다. 유럽파 대부분이 공격 포지션에 치중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은 이번 전지훈련에 합류한 멤버 중 주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신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월드컵 후보군을 넓혔다. 지난 동아시안컵 대비 무려 8명이나 새 얼굴이 등장했다. 골키퍼 김동준을 비롯해 김영권, 홍철, 이찬동, 손준호, 김태환, 이승기, 김승대 등이 주인공이다. 이와 같은 결정은 반드시 결과론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수비라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신 감독은 지난 11월 A매치 평가전과 12월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플랫 3, 4를 실험했다. 두 줄 수비를 축으로 하는 플랫 4는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플랫 3의 경우 전술적 완성도나 선수들의 적응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미 신 감독은 장현수를 월드컵 주전 수비수로 낙점했다. 지난해부터 장현수를 축으로 플랫 3, 4를 모두 실험했다. 그의 파트너로는 권경원, 김영권, 정승현, 김민재 등이 기용된 바 있다. 양쪽 사이드에는 김진수, 최철순, 김민우, 고요한, 이청용 등이 뛴 적이 있다. 군 복무 문제로 자리를 비운 김민우 대신 합류한 홍철은 월드컵 합류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고요한의 경우 풀백으로 소집됐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중국화 논란’ 중심에 있던 김영권이 다시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권이 월드컵 무대를 밟으려면 반드시 이번 전지훈련에서 증명해야 한다. 그의 경쟁상대는 장현수다. 리더십 대결이 불가피하다.
중앙 미드필더의 경우 기성용의 짝을 찾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안컵에서 좋은 킥 능력을 보여준 정우영이 유력하다. 대인방어에서 강점이 있는 이찬동도 적어도 1경기에 투입돼 대표팀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날개의 경우 K리그 클래식 도움왕 출신의 손준호가 눈에 띈다. 이재성은 좌우 어디서든 고른 활약을 할 수 있는 재목이다.
김승대는 침투 능력에서 빛나는 선수다. 월드컵 2차 예선 당시 소집된 이후 처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김태환과 이승기 역시 K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다. 이들의 합류는 포지션 경쟁에 더욱 불을 지핀다.
이근호는 미드필더로 합류했지만 투톱의 한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근호가 김신욱이나 진성욱과 호흡을 맞춰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상대하는 팀들을 보면 축구협회의 의도는 분명하다. 이번 전지훈련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3월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점검이다. 점검이 제대로 안 되면 작동시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신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새 얼굴을 8명이나 기용한 데에 확실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확실한 베이스를 구축한 뒤 3월엔 월드컵 무대와 같이 뛰어야 한다. ‘전지훈련’이란 네 글자의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전지훈련 소집명단>
GK: 김승규, 김동준, 조현우
DF: 윤영선, 장현수, 김영권, 정승현, 김민재, 김진수, 홍철, 최철순, 고요한
MF: 정우영, 이찬동, 김성준, 손준호, 이근호, 이재성, 김태환, 이승기, 이창민, 김승대
FW: 김신욱, 진성욱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