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집게] 베트남에서 동화 쓰는 박항서 #박항서 앓이 #백전노장 #리턴매치

[키워드집게] 베트남에서 동화 쓰는 박항서 #박항서 앓이 #백전노장 #리턴매치

#박항서 앓이 #백전노장 #리턴매치

기사승인 2018-01-22 16:14:50

한국은 2002년 ‘히딩크 붐’으로 최고의 축구 황금기를 누렸다. 그런데 이 같은 호황기가 베트남에도 찾아왔다. 그들은 ‘박항서 붐’을 말한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중국 장쑤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18 AFC 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3대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대3으로 이겨 준결승에 올랐다.

#역대 첫 4강=베트남이 축구 종목으로 4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은 흡사 2002년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른 것과 같이 어마어마한 축구 붐이 일어나고 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우승후보 호주를 꺾으며 돌풍을 예고했다. 이후 시리아, 이라크를 상대로 분전하며 ‘축구 후진국’이란 오명을 털어냈다. 더욱 각별한건 이번이 베트남이 참가하는 2번째 본선이라는 점이다. 지난 2014년 첫 대회에서 예산 탈락을 씁쓸함을 맛봤던 베트남은 2016년 카타르 대회 본선에 올랐지만 조별리그에서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호주에 잇따라 패해 본선 1승의 꿈이 좌절됐다. 그런데 불과 2년 뒤인 2018년, 악착같은 투지로 4강에 오르며 동화 같은 이야기를 썼다.

#박항서 앓이=‘박항서’ 세 글자 이름이 베트남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현지 언론은 하노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 곳곳에 ‘박항서’를 외치는 이들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후 베트남 시민들은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를 흔들며 거리를 활보했다. 그야말로 베트남 전역이 ‘박항서 앓이’ 중인 셈이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과 2년 계약을 체결하며 U-23 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현지 매체 ‘베트남 소리 방송(VOV)’은 “박항서 감독이 U-23 대표팀 부임 후 불과 50일 만에 믿을 수 없는 팀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응우엔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이번 승리는 베트남의 자긍심을 끌어올린 사건”이라고 치켜세웠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느이라오더’는 22일 “외국인 감독이 베트남 국가가 나올 때 가슴에 손을 얹는 경우는 지금껏 없었다”면서 박 감독이 남다른 애착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백전노장=2002년을 회상하는 팬들은 박항서를 코치로 기억할 것이다. 실제로 그의 지도자 경력은 훨씬 더 오래됐다. 1989년 럭키 금성팀 코치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월드컵대표팀 트레이너, 수원 삼성 2군 코치, 월드컵대표팀 수석 코치,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등으로 차근히 국가대표 경력을 쌓았다. 이후 K리그 경남 FC와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에서 지휘봉을 잡고 감독으로서 지도력을 쌓은 그는 2016년 12월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의 감독을 맡은 뒤 6개월 만에 우승을 일궈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한국과의 리턴매치?=이 기세라면 베트남의 결승행 가능성도 꽤 높게 점쳐진다. 베트남은 23일 카타르와 준결승을 치른다. 카타르는 흔한 말로 ‘대진운’이 좋았다. 조별리그에서 오만, 중국, 우즈베키스탄을 만났고 8강에선 팔레스타인을 상대했다. 만약 베트남이 카타르를 꺾을 경우 한국과의 리턴 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4강에서 우즈벡을 만난다. 우즈벡은 앞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4대0으로 완파하며 파란을 일으켰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의 우세가 점쳐진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준결승에서 쉽지 않은 대결을 앞두고 있지만 만약 이 둘이 결승에서 만난다면 남다른 의미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두 팀 모두 이 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만큼 우승자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크다. 특히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고 싶을 것이다. 두 팀 모두 한국 감독이 이끌고 있단 점에서 자존심을 건 지략 싸움 또한 치열할 전망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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