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축구 볼모지로 평가됐던 베트남을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만방에 떨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중국 창저우의 올림픽 센터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정규시간을 1대1로 마쳤다. 이후 연장전에서 교체 출전한 우즈벡의 시도로프가 결승골을 넣으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비록 우승컵은 좌절됐지만 ‘박항서’라는 세 글자 이름이 2018년 새해 베트남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현지 언론은 베트남이 4강에 오른 뒤부터 하노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박항서’를 외치는 이들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후 베트남 시민들은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를 흔들며 거리를 활보했다. 그야말로 베트남 전역이 ‘박항서 앓이’ 중인 셈이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과 2년 계약을 체결하며 U-23 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3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자 베트남 정부는 박항서 감독에게 3급 노동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노동훈장은 급이 높을수록 가치가 높다.
베트남 현지에선 ‘박항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100% 세일을 받을 수 있다는 팸플릿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박 감독이 국내에 알려진 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다. 당시 박 감독은 축구대표팀 수석코치로 한국의 4강을 이끌었다. 황선홍 당시 최전방 공격수가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벤치로 달려가 껴안은 인물이 바로 박항서다.
박 감독이 실제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건 1989년부터다. 당시 럭키 금성팀 코치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월드컵대표팀 트레이너, 월드컵대표팀 수석코치,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등으로 차근히 국가대표 경력을 쌓았다. 이후엔 K리그 경남 FC와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에서 지휘봉을 잡았으며 2016년 12월엔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감독을 맡은 뒤 6개월 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