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무리뉴 감독의 말년보단 훨씬 나은 상황이지만 숱하게 감독을 갈아 치운 첼시가 이번에도 감독을 바꾸지 않으리라 단정 지을 순 없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끄는 첼시 FC는 6일(한국시간)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26라운드에서 1대4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15승5무6패 승점 50점이 된 첼시는 간신히 4위 자리를 유지했다. 1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69점)와는 무려 19점 차이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부진 장기화=첼시의 부진이 꽤나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13연승-승률 78.9%로 무적의 상승세를 이어간 것 대비 이번 시즌 첼시는 상당히 초라하다. 특히 새해 들어 급격한 하락세가 뚜렷하다. 신년 첫 경기인 아스널전을 2대2로 마친 첼시는 총 10경기에서 2승5무3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20%에 불과하다. ‘승점 깡패’로 이름을 날린 콘테 감독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흔들리는 여론=변형 전술의 대가 콘테도 2년차 부진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왓포드전 후 콘테 감독은 “10분에 3골을 내줬다. 모두 내 책임이다”면서도 “경질을 걱정하지 않는다. 120%로 일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수의 현지 매체들은 콘테 감독이 시즌이 끝나기 전에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를 쏟아냈다. ‘스카이스포츠’의 제이미 캐러거는 “다음주가 오기 전에 콘테 감독이 떠날 수 있다. 지금껏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어려워지면 감독을 경질한 역사가 있다”고 평가했다.
#콘테도?=지난해만 해도 콘테의 장기집권을 기대하는 눈빛이 상당했다. 그러나 캐러거의 말처럼 첼시에서 ‘퍼거슨’이 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첼시는 그간 팀의 부진을 참지 못하고 새 감독 내지는 소방사를 영입했다. 첼시가 거대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리빌딩을 벌인 2003년 이래 2년 이상 감독직을 유지한 이는 조제 무리뉴 뿐이다. 무리뉴가 2007년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아브람 그랜트, 루이스 스콜라리, 카를로 안첼로티,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로베르토 디 마테오, 라파엘 베니테스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거쳐 갔으나 대부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쓸쓸이 퇴장했다. 그 중 그나마 오래 버틴 감독이 안첼로티(2009년 6월~2011년 5월)로 1년 11개월이다. 2013년엔 ‘검증된’ 무리뉴가 다시금 지휘봉을 잡았지만 태업 논란 속에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그리고 2016년 7월, 콘테 감독이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마찬가지로 2년을 못 채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방수 히딩크?=콘테 감독의 경질이 시즌이 끝나기 전에 이뤄질 경우 첼시는 당장의 급한 불을 꺼야 한다.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거스 히딩크가 다시금 화재를 진압할지 관심이 쏠린다. 히딩크는 지금껏 2차례 임시감독으로 영입돼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2009년 2월, 스콜라리 감독 경질 후 부임한 히딩크는 16승5무1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리그 3위와 FA컵 우승 등의 성과를 냈다. 당시 정식 감독설이 나돌았지만 히딩크가 고사하며 후임으로 안첼로티가 영입됐다. 히딩크는 2015년 12월 다시금 런던을 찾았다. 당시 첼시는 태업 논란이 일며 4승3무9패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침착한 히딩크는 가장 먼저 선수단을 규합했다. 이후 안정적인 전술을 구사하며 14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일궈내며 팀을 10위까지 끌어올렸다. 불을 끈 히딩크의 뒤를 이은 게 지금의 콘테다. 만약 콘테가 급작스레 경질되면 다시 히딩크가 소방수로 올 수 있을까? 당장의 대답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해 10월7일 프랑스에서 히딩크와 접촉한 대한축구협회측에 따르면 히딩크는 오는 6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개최국의 요청에 따라 특별한 임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최근엔 국내 한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축구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당분간은 한국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상황에서 영국으로 넘어가 온전히 감독직을 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