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알몸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 영화감독 전재홍씨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정은영 판사는 21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씨의 선고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추가로 전씨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수강할 것을 명령받았다. 이는 지난 9일 검찰의 구형과 같은 수준이다.
재판부는 “(전씨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했다”며 “촬영자의 동기나 목적이 범죄 성립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씨가 촬영한 부위는 알몸으로, 찍히는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촬영이 열흘 동안 이어진 것을 볼 때 죄질이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전씨는 서울의 한 찜질방 탈의실에서 남성 나체 동영상 10개를 찍은 혐의로 지난 2016년 9월 기소됐다.
전씨는 재판 과정에서 “촬영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적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휴대전화 도난·분실 범인을 잡기 위해 상시 촬영한 것”이라며 범행 의도가 없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증거자료 수집 및 분석) 조사를 통해, 전씨가 10개의 영상을 저장하고 지운 흔적을 발견했다. 재판부는 전씨의 촬영에 고의성이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미술계 거장 김흥수 화백의 외손자로도 알려진 전씨는 지난 2008년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영화 ‘아름답다’ 연출로 데뷔하며 ‘김기덕 사단’에 합류했다. 이후 ‘풍산개’(2011) ‘살인재능’(2015) ‘원스텝’(2017) 등의 감독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