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특수활동비(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국회사무처는 8일 “국회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면 국익을 해치고, 행정부 감시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내용의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국회는 특활비 공개 여부와 관련한 재판에서 1심에 이어 2심까지 패소했다.
국회는 이날 제출한 이유서에서 “특활비 수령인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로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국민의 알권리보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부 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수행자, 방법, 시기 등에 관한 정보가 노출되면 국회의 행정부 감시 역할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각 당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 등에게 지급되는 특활비는 영수증 증빙 의무가 없어 사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며 특활비의 사적 유용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국회는 특활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특정 정보의 공개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회는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정부기관의 특활비 사용 내역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전인수(자기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뜻)식의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가 비판받는 것처럼 국회 특활비도 그 성격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는 2018년 특활비 예산을 전년 대비 23.1% 축소했다. 다만 특활비를 투명하게 활용하기 위한 방안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특활비 규모를 줄였으니, 사용 내역은 궁금해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특활비 문제는 최근 다시 논란이 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15년에 했던 발언이 회자됐기 때문이다. 당시 홍 대표는 “원내대표는 국회 대책비(특수활동비)가 나온다”며 “활동비 중 남은 돈은 내 집에 생활비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계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특활비를 자녀 유학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특활비 논란이 일자, 참여연대는 지난해 5월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지난 2011~2013년 의정활동 지원 부분의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거부했고, 참여연대는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참여연대는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승소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의원 중 일부는 국회 특활비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전체 당론으로까지 확대되지 않고 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