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선거를 말하다] ‘꼴찌 유권자’ 2030의 성적표

[청년, 선거를 말하다] ‘꼴찌 유권자’ 2030의 성적표

기사승인 2018-06-04 05:00:00

[편집자주] 청년은 변화의 주역이었다. 1960년 4·19 혁명부터 87년 6월 항쟁까지. 이들은 헌법을 바꾸고,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역사의 한 가운데 늘 이들이 있었다. 현재, 청년은 여전히 변화를 이끌고 있을까. 

20·30대 투표율은 항상 낮았다. 누군가는 청년의 정치 무관심을 탓했다. 취업 준비, 스펙 쌓기 등에 몰두해 사회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청년이 정치와 사회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론도 등장했다. 낮은 투표율은 정말 청년만의 탓일까. 쿠키뉴스 기획취재팀은 총 4편에 걸쳐 투표로 보는 청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 

#“내가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선거하는 날이요? 놀러가야죠”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지난 1일. 20·30대에게 선거에 대한 생각을 묻자 냉소적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 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20·30대에게 정치는 ‘먼’ 존재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20·30대 투표율은 늘 전체 투표율보다 저조했다. 지난 6차례 지방선거 전체 투표율은 각각 68.4%(1회), 52.7%(2회), 48.9%(3회), 51.6%(4회), 54.5%(5회), 56.8%(6회)로 나타났다. 30대 투표율은 1회 지방선거 당시 68.1%를 기록한 이후 한 번도 60%를 넘기지 못했다. 특히 20대는 1~5회 지방선거에서 투표율 최하위에 머물렀다. 50·60대 투표율과 2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3차례나 됐다. 60세 이상 투표율이 매회 약 70%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전투표제 도입…5회 지방선거부터 20·30대 투표율 상승

20·30대 젊은 층 투표율은 지난 1995년 1회 지방선거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52.8%였던 투표율은 지난 98년 실시된 2회 지방선거에서 33.9%까지 떨어졌다. 3회 31.2%, 4회 33.8%, 5회 41.1%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 진행된 6회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48.4%에 그쳤다. 반면, 60세 이상 유권자 70.9%는 투표권을 행사했다. 세대 간 20%p가 넘는 차이를 보인 것이다.

다만 지난 2010년 5회 지방선거부터 20대의 투표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4회 지방선거에서는 전체 투표율과 20대 투표율이 20% 가까이 차이 났지만 5회 지방선거부터 차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6회 지방선거에서는 8.4%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 제고를 위해 사전투표제를 도입했다. 사전투표제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가 부재자신고 없이 사전투표 시간(선거일 전 5일부터 2일 동안)에 어느 사전투표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사전에 부재자 신고가 필요했던 부재자투표제에 비해 편의성을 높였다. 지난 2013년 상반기 재·보선부터 도입된 사전투표제는 전국 단위 선거로는 6회 지방선거에서 처음 시작됐다.

사전투표제는 젊은 층 투표율 증가로 이어졌다. 6회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은 19~29세가 15.97%로 가장 높았다. 선거일에 투표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던 20대가 사전투표를 통해 참정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투표율 높아졌으니 안심해도 될까?…선거인수의 함정

그러나 단순 투표율만 보고 젊은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가 늘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선거인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인은 ‘19세 이상의 선거권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연령대별 선거인수의 큰 변화가 생겼다. 20·30대 인구는 감소하고 50·60대 인구는 증가한 것이다.

3회와 6회 지방선거를 비교해보면 20대와 50대는 3회 지방선거에서 각각 31.2%, 70.0%로 40%에 가까운 투표율 격차를 보였다. 6회 지방선거에서는 48.4%와 63.2%로 차이가 약 15%로 줄었다. 그러나 선거인수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20대의 선거인수는 816만3927명(3회)에서 661만469명(6회)으로 줄었고, 50대의 선거인수는 449만9520명(3회)에서 814만6143명(6회)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대가 약 155만명 감소하는 동안 50대는 약 364만명이 증가했다. 인구수가 역전된 것이다. 

즉, 선거인수와 투표율을 모두 고려하면 20대와 50대의 투표율 차이는 좁혀졌지만 투표자수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회 지방선거 20대 투표자수는 254만7145명, 50대는 314만9664명이다. 6회 지방선거 20대 투표자수는 319만9467명, 50대는 514만8362명이다. 두 연령대의 투표자수 격차는 60만2519명(3회)에서 194만8895명(6회)으로 3배 이상 벌어졌다.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 우리만의 문제인가?

20·30대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은 과연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 일본, 영국 등도 젊은 세대의 정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2014년 상·하의원 선거의 전체 투표율은 41.9%였다. 그러나 18~24세 투표율은 17.1%에 그쳤다. 특히 25~34세(27.6%)와 55~64세(54%)의 투표율은 2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일본 통계청에 의하면 2014년에 열린 47회 중의원 선거에서 전체 투표율은 52.66%를 기록했다. 20대 투표율은 32.58%에 불과했다. 영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은 지난 2015년 총선에서 18~24세(43%)와 55~64세(77%)가 30% 이상의 투표율 격차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 역시 젊은 층의 투표율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과 2015년 캐나다 연방선거에서 18~24세 투표율은 38.8%에서 57.1%로 증가했다. 캐나다의 경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조기 정치 교육이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는 투표율이 극단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젊은 층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정치권은 50·60대 비해 절대적인 유권자수가 적은 20·30대에게 신경을 덜 쏟았다”며 “압도적인 투표율을 기록해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더 낮은 투표율을 보였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0대 선거인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그래픽=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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