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평택으로 헤쳐 모여

주한미군 평택으로 헤쳐 모여

73년 만에 미군기지 이전… 여의도 크기 5배 넘는 평택 속 캘리포니아

기사승인 2018-06-30 09:56:29

평택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속한 작은 도시가 하나 생겼다. 29일 용산, 동두천, 의정부에 자리 잡았던 주한미군사령부를 비롯해 미8군사령부와 미2사단 등이 평택으로 주둔지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주한미군의 ‘평택시대’가 열렸다.

주한미군이 새롭게 둥지를 튼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여의도 면적의 5배인 1467만7000㎡(약 444만평)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미군기지다. 평균시속 40㎞로 달리는 버스를 타고 기지를 한 바퀴 도는데 40여분이 소요되는 크기다.

기지 내에는 비행기 활주로와 철도차량기지 등 군사시설은 물론, 학교와 교회, 은행, 각종 소매점 등 생활시설이 갖춰져 있다. 건물만 총 655동으로 이들은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주소가 부여됐으며 한반도의 공식적인 미국 땅이 됐다.

기지 건설에 소요된 예산은 총 108억 달러, 한화로 약 12조원이 소요됐다. 이 가운데 한국은 92%가량인 약 10조원을 부담했다. 미군에 따르면 이렇게 건설된 험프리스에는 현재 주한미군과 가족을 포함해 2만3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4만3000명이 상주할 예정이다.


◇ 전쟁 억제할 인계철선에서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으로 1945년 광복과 함께 미24군단 예하 제7사단 병력이 일제 총독관저와 사단사령부 등 병영시설이 있던 용산에 자리 잡으며 73년간 유지됐던 인계철선도 한강이남으로 내려갔다.

원거리 미사일 등 전자전으로 불리는 현대 전투양상에서 인계철선의 의미가 희미해졌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움직임이 가시화되며 전쟁억지력을 가진 서울 도심 속 미국의 존재이유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일련의 이유로 1990년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주한미군의 평택이전에 대한 한미 기본합의서가 체결됐다. 1993년 이전 비용문제로 사업이 보류됐으나 2003년 한미정상이 용산기지 조기이전에 합의하며 다시 추진됐다.


미군 등에 따르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평택이전에서 유일하게 제외된 미210 화력여단을 제외한 주한미군의 모든 시설이 연내 이전을 마무리하고,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의 평화유지군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주한미군의 평택이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이제 평택에 근무하는 (주한미군) 장병들은 새로운 임무를 맡아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임무는 한반도 평화는 물론 동북아 안정자로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 성공,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향한 발걸음도 한미동맹이 강력한 억제와 대비태세를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흔들림 없는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달라는 뜻을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을 통해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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