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폭염에 과일 대란...멜론보다 더 비싸진 수박값

수확기 폭염에 과일 대란...멜론보다 더 비싸진 수박값

수박 한 덩이 3만원 호가…수입과일·냉동과일 판매 늘어

기사승인 2018-08-21 01:00:00


"수박 값이 3만원이나 할 줄은 몰랐어요. 멜론이 더 싸네요."

서울 사당동 시장을 자주 이용하는 김모(35·남)씨는 지난 19일 장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자주 들르던 과일가게에서 수박(약 8kg)이 3만5000원, 3만원의 값에 판매됐기 때문이다. 

수박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8kg 기준 1만5000원~2만원의 가격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3만원대로 올라섰다. 복숭아도 백도의 경우 4개에 1만원을 호가하는 등 가격이 비싼 편이다. 오히려 수입과일인 멜론은 1통에 8000원~1만원으로 수박보다 저렴했다. 

미리 물량 확보를 해둔 서울 사당동 이마트에서는 비슷한 크기의 수박이 1만9000원으로 2만원대 이하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마트에서 5월 초순~6월경 당도선별수박을 7kg 미만 기준 1만3900원에 판매하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 폭염으로 인한 당도 하락 등을 우려해 마트에서도 수박을 찾는 이들은 드물었다. 저렴한 가격의 옆 매대 파인애플을 사가는 이들이 더 많았다. 

폭염에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폭염 피해로 수확량이 줄면서 수박이나 복숭아, 거봉 등은 가격이 치솟았다. 오히려 해외 수입 과일은 정상적인 수급량으로 국내과일을 대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7일 수박 1통(8kg)의 평균 도매가격은 2만1835원으로 지난달 초순(1만5297원)보다 42.7% 상승했다. 평년(1만6251원)과 비교해서도 34.4% 상승한 수치다. 이 때문에 수박 한 통은 소매 가격으로는 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복숭아도 높은 가격대를 이어갔다. 복숭아(백도, 4.5kg)기준으로 같은날 평균 도매가격이 2만2684원으로 평년(1만604원)보다 41.4% 올랐다. 포도(캠벨, 5kg)는 2만3252원으로 평년(1만4307원)에 비해 62.5% 올랐다.

아오리 사과는 10kg에 3만7431원으로 평년(2만4167원)에 비해 54.9% 올랐다. 이처럼 과일 가격은 두자릿수 이상으로 상승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지 수박을 본격적으로 수확해야 하는 시기인데 폭염으로 과일이 마르는 바람에 수확이 안 된 것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민들은 '농사를 망쳤다'고 이야기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폭염 피해를 겪은 제철과일과 달리 수입과일인 체리나 망고, 멜론 등의 가격은 유지되고 있다. 전통시장 등 소매 시장에서 체리는 1kg 한 팩에 1만원대, 멜론도 한 통에 1만원대, 바나나는 4개에 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비싸진 제철 과일보다 저렴한 수입과일을 찾는 이들이 더 늘고 있다. 또 마트 등에서 살 수 있는 저렴한 냉동 과일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실제 티몬 슈퍼마트에 따르면 폭염이 뜨거웠던 7월 1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전체 과일 매출 중 수입 과일의 비중이 20% 늘었다. 여름철 계절 과일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불볕더위로 작황이 좋지 않자 미국산 체리나 바나나, 자몽 등 수입과일의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회사측은 분석했다. 

이마트도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7월 23일부터 5일까지 최근 2주간 냉동 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24.4% 증가했다. 폭염에 신선도 관리가 필요 없고 보관이 편한 데다 저렴한 냉동 과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았다. 이마트는 냉동 블루베리, 애플망고, 딸기.트리플베리 4종을 300g당 1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블루베리·망고 각 1kg 묶음은 1만498원에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철 과일류의 껑충 올라간 가격에 수입 과일을 대신 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추석에도 국산 과일 품귀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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