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신라, 면세 이어 '호텔 전쟁'

롯데·신세계·신라, 면세 이어 '호텔 전쟁'

6성급 초럭셔리 호텔 표방…'객실료만 올린다' 지적도

기사승인 2018-08-31 01:00:00

롯데와 신세계, 신라호텔 등 유수의 특급호텔이 면세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이어 호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본관의 리뉴얼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럭셔리'를 표방하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 서울은 이그제큐티브 타워를 리뉴얼해 오는 9월 1일 그랜드 오픈한다. 롯데호텔 서울은 메인 타워와 이그제큐티브 타워 두 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중 이그제큐티브 타워는 메인 타워보다 럭셔리함을 더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이그제큐티브 타워의 16층 라운지 '르 살롱'에는 12세 이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했다. 안락하고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떄문에 이그제큐티브 타워는 가족 동반 고객보다는 국빈이나 비즈니스 고객이 주로 묵게 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인테리어사인 영국의 AG사와 협업했으면서도 한국적인 섬세한 미도 살렸다. 

이그제큐티브 타워의 객실도 373실에서 278실로 무려 95개 객실을 줄이며 객실당 공간을 더 키웠다. 15층의 체크인 프론트에서는 웰컴티를 마시며 직원과 1:1 체크인·체크아웃을 할 수 있는 퍼스널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외에도 프리 발렛 서비스와 셔츠 2장 제공, 패킹·언패킹 서비스, 스타일러기 설치 등으로 다른 호텔보다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전언이다. 

박재영 롯데호텔 서울 총지배인은 "진정한 럭셔리 호텔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골조만 남기고 배관과 공조까지 모두 바꾸었다"며 "시그니엘과 레스케이프호텔, 포시즌스 호텔 등과 경쟁하며 6성급 호텔로서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동경이나 싱가폴, 홍콩, 미국 이런 곳은 500달러 이상 되는 호텔들이 많다"며 "시그니엘 호텔이 400달러 이상 되는 호텔로 운영하고 있는데 강북에서는 롯데호텔 서울이 그렇게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6성급'을 내세우며 롯데월드타워에 개장한 시그니엘에 이어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 타워도 롯데호텔을 대표할 수 있는 럭셔리 기조를 가져가겠다는 포부다.

신세계도 특급호텔로서 '럭셔리'에 방점을 두고 기존 호텔을 리뉴얼하거나 최상위 호텔을 새로 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신세계의 JW메리어트 서울이 8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오픈했다. 따로 기자간담회를 하지는 않았지만 오는 10월경에는 간담회를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남 반포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은 펜트하우스 2개와 스위트룸 32개를 포함해 총 379개로 객실을 리뉴얼했다.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객실 디자인에 뱅엔올룹슨 스피커, 유명 아티스트의 다양한 아트작품 등으로 아늑한 공간감을 내세웠다. 

2배 규모로 확장된 JW메리어트 호텔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는 조식과 점심, 애프터눈티, 이브닝 전채요리, 이브닝 칵테일, 음료와 디저트 등을 선보인다. 여기에 JW메리어트 지하에 새로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까지 시너지 효과를 누릴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신세계는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옆 건물에 독자 부띠끄 호텔인 레스케이프 호텔을 8월 오픈하며 최고급 럭셔리 호텔로서의 발돋움을 시작했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부띠끄 호텔 인테리어의 대가인 자크 가르시아가 설계한 프랑스 귀족풍의 204개의 객실로 이뤄졌으며 이중 스위트룸은 80개로 전체 객실의 40%에 달한다. 

김범수 총지배인은 "독자 호텔로서 레스케이프 호텔은 객실을 제 값을 받고 팔도록 하고 싶다"며 "클래식한 가치에 기반하지만 서비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인 라망 시크레와 최상층 바인 막다모르 등을 통해 모던 컨템퍼러리 트렌드의 매력도 더했다. 가장 작은 방의 가격대가 50만원을 넘을 정도로 초럭셔리 호텔을 추구하고 있다. 

신라호텔은 이미 지난 2013년 7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개장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바 있다. 리뉴얼 후 야외 수영장인 '어반 아일랜드'를 선보이며 해외 고객은 물론 국내 고객까지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실내 공기질 인증' 을 취득해 쾌적한 시설을 인증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라스테이를 확장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론칭한지 5년만에 11곳으로 늘리며 대중적인 프리미엄을 확산하는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들 세 곳은 면세에서도 치열한 라이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호텔들이다. 비록 롯데는 개별 면세점 법인을 두었고, 신세계는 조선호텔에서 면세점 사업을 겸하다가 개별 법인으로 독립했으며 신라는 면세와 호텔을 아직도 함께 하고 있는 차이점은 있지만 말이다. 

최근 지난 6월의 인천공항 수주전에서는 롯데가 내놓은 화장품 및 패션 구역 자리를 신세계가 두 곳 모두 받아갔고, 한화갤러리아가 내놓은 제주공항 화장품·패션 사업장 자리는 신라의 품에 돌아갔다. 시티면세점이 내놓은 김포공항 주류·담배 사업장은 신라가 승자가 되어 차지했다. 점유율 면에서는 롯데면세점이 1위의 자리를 지키며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그 뒤를 신라와 신규 사업자인 신세계가 빠르게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이같은 특급호텔의 경쟁 과열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시각도 있다. 해외 고객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자기들만의 과한 경쟁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럭셔리함'을 지키기 위해 해외 디자이너를 섭외하며 과한 자금을 투자하고, 이후로도 비싼 객실료를 고수하며 공실을 감수하고 있어 전체적인 호텔 숙박 가격만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그니엘 등의 등장 전만 하더라도 가장 작은 객실 기준 40만원선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고려되었으나 최근에는 50만원 이상의 객실 가격이 책정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 타워도 인테리어 회사인 AG사와 협업하고, 레스케이프 호텔은 프랑스 디자이너와 협업하면서 투자금도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어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와중에 있으면서도 해외 유수 호텔의 가격 수준을 따라가려고 콧대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6성급 초럭셔리 호텔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각사별로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며 독자적인 다양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호텔이 이미 포화 상태에 들어선 가운데 숙박료만 올라가는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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