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11번가가 9월 1일부로 SK플래닛에서 분사해 단독법인으로 출범했다. 롯데와 신세계 등 기존 유통 강자들이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11번가의 행보가 주목된다.
11번가는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11번가를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앞으로 11번가는 e쿠폰사업과 기프티콘, 간편결제서비스 11페이, 화장품브랜드 싸이닉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11번가가 단독법인이 된 건 2016년 SK플래닛이 11번가 운영사인 커머스플래닛을 흡수합병한 지 2년만의 일이다. 기존 SK플래닛 1600여명의 임직원 중 11번가 e커머스를 담당하는 기술과 R&D, 마케팅 등 1000여명이 11번가의 신설법인에 소속된다.
SK는 11번가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 국민연금, 새마을금고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시장 공략을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지분 18.2%를 내주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금을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를 발행하기로 하고 투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11번가는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한다. 11번가의 챗봇 개발과 음성쇼핑 등 최신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SK텔레콤, SK플래닛,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등 SK그룹의 IT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독립법인의 수장은 이상호 현 SK텔레콤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으로, 이 사장은 LG전자 기술연구원, NHN, 다음카카오를 두루 거쳐 SK플래닛에서 기술총괄(CTO)를 역임한 바 있다. 이 사장은 SK텔레콤에서 음성인식 서비스 '누구'를 개발한 멤버인 만큼 AI서비스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호 사장은 3일 서울스퀘어 사옥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11번가는 쇼핑정보 취득, 상품 검색,구매 등 쇼핑과 관련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판매하는 '커머스 포털'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e커머스사업본부도 온라인 사업의 통합을 목표로 지난 7월 말 공식 출범한 바 있다. 온라인 사업에 올인하는 롯데그룹이 새 이정표로 e커머스를 낙점한 것이다.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매출 20조, 업계 1위를 달성한다는 포부다.
현재 롯데 e커머스사업본부 조직은 약 1400명 가량이다. 기존 롯데닷컴 인력과 R&D, IT 인력 등 1000여명을 통합해 그룹의 온라인 역량을 한데 모은 데다 새로운 인력 400여명도 뽑았다. 2019년 온라인 통합 플랫폼의 첫 시작인 '투게더 앱'을 오픈할 예정이며 2020년에는 롯데 원 앱을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e커머스 사업본부의 수장은 김경호 대표다. 김 대표는 1994년 롯데그룹 공채로 입사해 롯데닷컴 신설부터 마케팅부문장, 영업본부장, 롯데닷컴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온라인 통'으로 떠올랐다. 최근 김 대표는 동원F&B, 아모레퍼시픽 등과 업무제휴 협약을 맺으며 상품개발 단계부터 소비자를 함께 분석하는 파트너십을 맺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도 e커머스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신세계와 이마트 등 온라인 사업부를 분리해 통합하는 작업이 복잡해 다소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최근 온라인 통합법인을 만드는 데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온라인 통합 작업이 곧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유통플랫폼 기업에서 온라인 사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방향 전환이 빠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