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 시 주민 대피 장소로 쓰이는 민방위 대피소에 경남 합천교육지원청이 예산을 들여 골프연습장을 지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22일 합천교육지원청(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원청 지하 기계실 200여㎡ 가운데 50여㎡가 골프연습장으로 만들어졌다.

지원청은 지난해 8월 예산 800만원을 들여 지하 1층에 이 같은 시설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이 사업은 직원 체력 단련을 위한 복지 증진 차원의 환경개선 목적으로 진행됐다.

골프연습장으로 만들어진 벽면에는 깃발이 그려진 홀 펼침막이 2개가 내걸려 있다.

그 주위로 초록색 그물망이 둘러 싸여 있고, 바닥에는 인조잔디가 깔려 있으며 골프채와 골프공이 마련돼 있어 한눈에 봐도 여느 골프연습장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애초 이곳은 비상 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민방위 대피소다.

민방위기본법시행규칙에는 민방위 대피시설은 평소에는 대피 목적 외 다른 용도로 공용할 수 있지만, 민방위 사태 발생 시 즉시 대피시설로 사용될 수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게다가 직원 복지 증진 차원에서 이 시설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 이용한 직원들은 소수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져 시설 설립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임재진 합천군의원은 “내용을 파악한 결과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합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장이 부임 후 직원들 체육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골프연습장을 설치했다”며 “골프가 대중화가 되다 보니 이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부적절 논란이 제기되자 오늘(22일) 골프연습장 시설을 모두 철거했다”고 덧붙였다.

합천=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