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BK기업은행·계열 증권사의 궤변과 자기모순

[기자수첩] IBK기업은행·계열 증권사의 궤변과 자기모순

기사승인 2019-06-26 04:00:00

“IBK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펀드는 출자금액 50% 이상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기업 등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투자하는 정책목적 성격이 강한 펀드다. 투자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IBK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펀드’의 손실과 관련해 IBK기업은행과 자회사 IBK투자증권의 해명이다. 즉 중소기업 지원이 주요 목적인 펀드인 만큼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IBK기업재무안정펀드는 지난 2011년 IBK기업은행과 공동 설립한 PEF(사모투자펀드)다. 이 펀드에 IBK기업은행과 IBK투자증권이 무한책임사원(GP)으로서 공동 운용책임을 맡고 있다. 현재 IBK투자증권과 기업은행은 해당 PEF에 각각 20%, 8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펀드는 성장 잠재력은 높으나 내·외부적 돌발 변수로 인한 한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지분을 출자해 투자한다. 그래서인지 기업은행은 지난해만 해당 PEF에 약 90억9400만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냈다.

물론 IBK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공공적 차원에서 펀드를 조성했다는 주장은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은행과 계열 증권사는 자선단체가 아닌 명백한 기업이다. 아무리 국책은행의 특성을 갖고 있더라도 손실까지 감내하면서 투자하는 것은 기본적인 금융업의 목적과도 어긋난다. 중소기업을 투자하더라도 그 기업의 재무적 상황과 미래가치를 염두해 둬야 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아무리 중소기업 지원을 하는 금융사라고 할지라도 출자한 자본 회수는 기본적으로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투자 손실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아닌지 의문스럽다. 실제 IBK재무안정PEF는 지난 2012년 기업사냥꾼의 손을 탄 코스닥시장 상장사 AJS에 투자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기업은행(PEF)은 기업사냥꾼이자 슈퍼개미였던 개인주주를 AJS 대표이사 등기에 동의했다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관련 기업은 결국 2014년 상장폐지됐다. 

IBK 모자기업의 ‘쪽박 콜라보레이션’은 얼마 전에도 있었다. 기업은행과 IBK투자증권은 수출금융 사기로 도마에 올랐던 ‘메이플세미컨덕터’에 출자했다가 크게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렇다고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에 손실을 감내하면서 지원하는 ‘천사표’도 아니다. 오히려 자금을 조달해주는 갑의 위치에서 중소기업에 대해 우월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도 종종 나왔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은행이 막상 대출할 때는 지나치게 보증에 의존하거나 사실상 ‘꺾기(구속성 상품 판매)’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기업대출에서 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인데, 보증부대출의 경우 기업은행의 비중이 51%였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실제로 대출 실행 2개월 이후 은행상품 가입 현황을 보면 기업은행이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에 상품 가입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는 자본주의 속성 상 위법적인 요소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자기모순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 국책은행으로서 부담이 크겠지만 적어도 투자에 대해서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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