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행사를 위임하는 것에 대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5일 오전부터 열린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는 보고안건으로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 관련 후속조치(초안)’가 포함됐다. 특히 후속조치 중 ‘위탁운용사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시민단체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무색케하는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의 주요내용은 국민연금기금 투자 대상인 716개사 중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보유분을 갖고 있지 않은 510개사에 대해 위탁사에게 의결권 행사를 위임한다는 것이다. 또 향후에는 직접 보유분이 있는 회사에 대해서도 위탁운용사의 주식 보유분만큼 의결권 행사위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금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기준, 방법 절차를 명확히 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위탁운용사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초안)은 국민연금이 직접 행사해 온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위임하여 행사함으로써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도 건강하게 발전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한다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며 그 이유로 “우리나라 위탁운용사 대부분이 소유 및 거래 관계 등 때문에 재벌대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증권사 중 반대의견을 낸 곳은 1개사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관계를 드러낸다는 대표적인 예라는 게 연금행동의 주장이다. 연금행동은 “위탁운용사에게 의결권을 위임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금행동은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게 위임한다는 것을 주식의 상당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자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규정한다. 이들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운용 주체로서 책임을 저버리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은 실제로 기금운용본부 주주권행사팀의 한정된 인력으로 위탁운용사가 수탁자 책임활동에 맞게 행사했는지, 이해상충이 없는지 일일이 감독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일견 설득력을 갖는다. 관련해 연금행동은 “한 주주가 보유한 여러 의결권의 찬반을 다르게 행사하는 불통일행사시 회사의 거부권이 상법상 부여돼 있어, 주총 투표 전 회사가 불통일행사 추진여부를 번복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것. 연금행동은 “국민연금이 자본과 재벌의 영향력 하에 있는 위탁운용사로 의결권을 위임하는 것은 근원적인 이해충돌을 피할 수 없다”며 “구조적으로 자본과 재벌을 위한 의결권 행사로 귀결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