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전남 영암군에서 한 베트남 여성이 아이가 보는 앞에서 한국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법적으론 ‘부부’였다. 이 여성에게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기억이 존재할지 의문이다. 한국인이 아니라서,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해서,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죄’로 그녀는 막말과 구타가 반복되는 끔찍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만약 그녀의 피해가 보도되지 않아, 수면 위로 불거지지 않았다면 잔인한 가정폭력의 끝은 어떻게 귀결되었을까.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근본적 보호 대책 마련 요구 목소리가 높다.
한국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 상당수의 삶은 팍팍해 보인다. 모든 결혼 이주여성의 경우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앞선 전남의 사건에서 보듯 구타, 부양의무 방기, 가족 간 갈등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를 보면, 추정은 사실처럼 여겨진다. 인권위 설문조사에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중 42.1%가 가정 폭력을 경험했고, 그 중 19.9%는 흉기로 위협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작년 12월 기준 결혼이민자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여성은 13만 명을 상회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상당 수 이주 여성은 가정폭력에 시달려도 제대로 된 도움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여성가족부는 비교적 빠른 후속 조치를 진행했다. 폭행 사건 발생 당일 대구, 인천, 충북에 이어 전남에도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를 설치가 확정됐다. 참고로 이곳에서는 가정폭력, 성폭력 등 폭력피해로 인해 가정해체, 체류불안정 등으로 고통 받는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임시보호, 의료·법률지원 등이 지원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폭력피해 이주여성 쉼터 등 보호시설은 32개소가 전부다.
사건 발생 나흘 후인 8일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전남 목포 소재 병원을 방문해 피해자를 면담하기도 했다. 피해 사실을 전해들은 진 장관은 관계 기관에 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결혼 이주여성의 피해를 근절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고, 정치권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가부는 ‘긴급지원팀’을 꾸리고, 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여성 지원 방안을 검토했다.
이튿날인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는 진 장관을 비롯해 이주여성상담소, 여성긴급전화 1366, 다누리콜센터 등 이주여성 지원 정책 전문가들이 이주여성 인권보호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렇듯 여러 방안을 간구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이란 비판도 나온다. 문제가 터지고 누군가 다쳐야만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관련해 신용현 의원은 “배우자의 가정폭력을 입증할 경우 체류를 허용하나 배우자의 잘못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법무부, 외교부, 여가부 등 관련 부처는 가정폭력피해 이주 여성들이 법적 사각지대로 인해 고통 받지 않도록 상담과 법률지원 등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근본적인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여성은 15만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저임금, 임금체불, 성폭력에 상시 노출돼 위태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관광 및 연예인 비자를 얻어 취업을 위해 방한했다가 여권을 빼앗긴 채 성매매 등을 강요받는 일도 암암리에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