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효능은 확인이 쉬울지 몰라도 약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의 말이다. 11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개최된 ‘2019 쿠키뉴스 보건의료산업 규제혁신 조찬포럼’에 특별강연자로 나선 이 교수는 위험분담제(Risk Sharing Agreement, RSA)에 대한 의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RSA는 지난 2013년 12월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개념은 대체치료법이 없는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해 신약의 비용효과성이나 보험재정의 영향에 대한 위험을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인 제약사가 분담토록 한 것이다.
제도의 장점은 보험자는 신약의 급여 결정 원칙을 유지하면서 보험 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환자는 신약에 대한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제약사는 적정 약가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약가 제도의 투명성 저하 및 실효성 등의 문제로 인해 대상 약제의 확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 교수는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RSA에 대한 평소 견해를 밝혔다. 그는 “RSA를 도입한 이유는 위험(불확실성)을 분담하자는 것인데, 상호 동의가 우선시되는 계약관계에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재정 안정 측면만 강조해 투명성에 매몰되면 제대로 된 RSA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약이 고가이고, 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약이 비싼 이유는 임상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은 반면, 성공률은 1/10 가량으로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RSA에 대해 표준 기준은 없는데, 협상에 오랜 시간이 걸려 환자들도 어려움을 토로한다”며 “계약관계에 투명성만 요구하다보면 RSA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RSA에 대한 여러 견해가 존재하는 만큼 단기간에 제도 개선이 이뤄지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환자들은 항암제 및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RSA 적용 확대를 요구하지만, 선도모형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선도모형이 생기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선도 모형 구축이 필요하단 이야기다.
이날 참석자들 중에서 선발 약제가 국내에 들어오면 후발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은 개선 필요성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약제에 대한 급여확대가 필요하단 주장에 대해 이 교수는 동감의 뜻을 밝혔지만, 이를 위해 “상세한 계약이 필요하며, 그래야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장기 추적결과의 공유를 제안했다.
한국형 선도모형과 관련해 이 교수는 ‘면역항암제’를 예로 들면서 “제도가 만들어지고 합의기구가 만들어지면 제약회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혀 제약사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열린 ‘2019 쿠키뉴스 보건의료산업 규제혁신 조찬포럼’은 7회로 14주간의 일정을 마무리됐다. 포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및 보건복지부, 관련 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해 강연과 현장 실무자간의 소통을 나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