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개 중소병원이 문을 닫으면 새로운 130여개 병원이 개원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일명 ‘문재인케어’로 인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가중됐다는 의사단체와 야당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장관은 취임 2주년을 맞아 18일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보건의료계의 전산 시스템을 검토하면 수치가 명확함에도 한쪽 측면만 부각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급여화 항목 3800여개 항목 중 2022년까지 비급여의 급여화는 정확한 계획대로 추진 중이다”며 “의료기자재나 비품 관련 항목보다 국민들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항목을 먼저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문재인케어의 재원이 사실상 국민건강보험료로 충당하는데, 생색은 정부가 낸다는 주장에 대해 박 장관은 “건보제도가 보험제도인만큼 보험료로 운영하는 게 합당하다”며 “어떤 방향으로 보험료가 사용되는지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보재정의 국고지원금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국고지원은 최초 설정시 정부가 모호하게 약속을 했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절대액수가 늘어나고 비율도 증가하도로 예산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날 일문일답 중 핵심을 정리한 것이다.
- 문재인케어 시행 2년 어땠나.
여야 막론하고 재정이 괜찮냐고 묻더라. 혜택 늘어나니 비용 부담 더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점점 많아졌다. 이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OECD 평균 보장률은 80%이다. 복지 확대는 결국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제도가 설계된다. 결국 평탄하게 가는 것은 없다. 여러 사회적 갈등이 잔존한다.
- 병원에서 CT 촬영 비용이 줄어든 것은 체감하지만, 정작 보험료를 더 내는 것에 거부감이 많다.
만약 국민들이 지불하는 실손보험료를 건보료로 돌리면 당장 보장률이 80~90%로 올라갈 수 있다. 국민들의 실손보험료 부담은 상당하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은 이 부담을 재량에 따른 것이고,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고 하면 저항한다. 실제 본인 질병의 80~90%는 건보에서 커버하는데 말이다.
- 저항의 이유 중 하나가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 때문이 아닐까.
사회 제도에 대한 불신이란, 장관이나 지도자 등에 대한 것이 아닌 제도 자체를 향해 있다. 제도 때문에 내가 손해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가령, 복지부 장관이 도덕적이라고 해서 과연 제도도 착실할지 여부는 별개다. 사회보장제도는 단기간 내 국민의 바람을 쫓아갈 수 없다. 꾸준히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문재인케어-건보 재정 파탄-건보료 폭탄… 이 이야기가 2년간 나왔다.
보장성 확대 이후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은 실제 데이터랑 정치권 공방과는 괴리가 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20~30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좋은 치료를 받고싶다는 본능과 교통수단의 편리함 등에 문재인케어 시행이후 특진료가 없어지니 다소 늘어나는 것으로 보는 게 옳다. 이런 요소를 전체적으로 고려해야하는데, 정치 공방 과정에서는 문재인케어 때문인 것으로만 지적된다.
중한 병에 걸린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받고 싶어 하는 건 당연지사다. 반면, 감기몸살에도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것은 과하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 중심으로 하고, 경증질환을 진료하면 손해를 보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중증질환만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료전달체계 대책은) 의료계랑 협의해야 한다. 10월 이전에 전달체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 확실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보건의료분야에서 정치적 공방과 객관적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중소병원이 다 망했다는데 지난 한 해동안 중소병원 수입이 덜 늘었을 뿐이다. 중소병원이 10% 늘었고, 종합병원은 14% 늘었다. 작년에 중소병원 122개원이 문을 닫았지만, 130개원이 새로 문을 열었어. 그런데 정치 공방에서는 문 닫은 것만 말한다.
의사들의 수입도 전부 파악하고 있다. 월평균 1500~2000만 원가량이 된다. 이렇게 벌면서 ‘못살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쩌라는 건가. 이걸 알지만 안하는 것뿐이다.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쏠린다? 전년 대비 4% 늘었음에도 마치 2~3배 늘은 것처럼 주장한다.
-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한 협의는 얼마나 진행됐나.
대한의사협회는 상당수 1·2차 병원들이다. 이른바 동네병원이기 때문에 의협보단 대형병원장들과 주로 논의하고 있다.
- 특히 신경을 많이 쓴 대책을 꼽자면.
모든 정책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장애인 부분을 열심히 했는데 장애계가 좀 더 많은 혜택을 바라면서 과격한 용어를 쓰는 게 아쉽다. 작년과 올해 사이에 장애인 관련 예산이 25%가 늘었다. 보건의료복지 분야의 어느 한 부분에서 예산 25%가 늘기란 쉽지 않다. 발달장애인 부분만 보면 100% 이상 늘었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했고, 이에 따라 장애인들이 원하던 활동지원서비스도 평균 7시간씩 증가했다.
그런데 (장애계는) 더 많이 늘려달라면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가짜라고 한다. 담당 공무원들이 섭섭해 한다. 내년도 장애인 예산을 15% 올려놨고, 그 수준이나 더 올라갈 것을 (장애계도) 안다. 아는데도 용어를 그렇게 쓴다. ‘가짜’라고.
- 첨단재생의료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만 남았다. 시민단체에서 우려가 많다.
인보사 사태는 신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심사과정이 허술해서 발생한 것이다. 신약이 나올 때 합리적 절차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법은 이러한 절차를 갖추고 정밀하게 신약 분석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췄기 때문에 법사위도 이의제기 없이 통과된 것 같다. 시민단체의 염려를 잘 알고 있다. 다만, 법의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이 가능하니 (시민단체의 지적을) 경청해서 되돌아보겠다.
- 국민연금 개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말 개혁안을 제출했고 국회에서 논의가 바로 안 되면서 경사노위에 넘어간 상황이다.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한 두 가지로 모아졌는데 의결 직전에 다른 건으로 경사노위가 파탄 나면서 최종합의가 못 이뤄졌다. 경사노위 안에 따라 국회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예단은 어렵지만, 8월 말까지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차기 복지부 장관 인선과 관련해 박 장관은 “내 선을 벗어난 것”이라며 얼버무렸다. 다만, “연말에도 간담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장관직 수행을 계속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