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68곳, 고위직 여성 0명…여성 임원 할당제 “역효과 걱정할 때 아냐”

공공기관 68곳, 고위직 여성 0명…여성 임원 할당제 “역효과 걱정할 때 아냐”

기사승인 2019-09-25 06:00:00

정부가 공공·민간부문에서 추진 중인 여성 고위직 할당제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24일 이같은 방침을 담은 ‘범정부 균형인사 추진계획’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은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임원을 임용해야 하며 준수 여부가 기관 평가에 반영된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정부는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를 도입해 여성 임원 비율 제고에 나섰다. 공적기금 투자 기준에 ‘여성대표성’ 항목을 추가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공공 및 민간 부문 대부분의 조직 상부에는 ‘남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정부 중앙 부처 중 6곳은 관리자급 직원 가운데 여성이 한 명도 없다. 광역 지자체는 5곳, 공공기관은 68곳이 ‘여성 고위 관리직 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가직 고위공무원단의 여성 비율은 6.7%에 불과했다. 사기업에서도 여성 임원 ‘가뭄’이 심각하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3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3%였다.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은 328곳(65.6%)에 달했다.

유리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성 고위직 할당 정책’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직장에서 여성의 근속과 승진은 여전히 불리한 실정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8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35~39세 남성은 하루 평균 1.36시간을 가사 및 돌봄 노동에 할애한 것에 비해 여성은 5.2시간을 썼다. 또 여성의 승진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 직급에 걸쳐 남성보다 길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개입해 특정 성별의 고위직 독점을 시정해 줄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반면 시장 논리를 거스르고 여성 임원 비율을 억지로 끌어올리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1부처 1여성과장 권고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남성중심적 조직의 반발로 인해 여성의 능력을 단순히 제도의 특혜로 치부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또 민간부문에서는 기업들이 여성 임원 할당제를 마치 최저임금제도처럼 받아들여 ‘정해진 비율만 채우면 더 임용할 필요 없다’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여성 고위직 비율은 OECD 주요 국가 가운데 최하위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부작용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제도적으로 개입해 시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할당제 도입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여성 임원은 존재만으로 여성들의 근속을 독려할 수 있다”며 “‘여자도 승진하고 임원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여성 근로자들의 의욕과 생산성을 고취한다. 이는 국가 경제에도 큰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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