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민영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인사권에 대한 절차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낙하산 인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기관이지만 정부 입김에 따라서 인사권이 꾸준히 개입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이달 15일 이사회에서 열릴 파생상품시장본부장과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을 추천한 것과 관련해 거래소 사무금융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파생상품시장본부장에 조효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임재준 현 거래소 본부장보(상무)이 후보자로 올라왔다.
이에 거래소 노조는 “현재 파생상품시장본부장 단독 추천 후보로 거론되는 조효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 대해 검증된 것은 전문성과 리더십이 아니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최측근’이라는 사실뿐”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올해 초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금감원에서 사실상 해임된 자가 왜 거래소 파생본부장 적임자인지 추천권자는 밝혀야 한다”며 “그러지 않는다면 거래소 이사장이 “금피아”의 정실‧보은 인사나 챙기는 하수인임을 자인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노조는 이어 “정지원 이사장은 투자자보호란 본분은 버리고, 지난 2년 간 최종구 전 위원장의 확성기 역할만 해왔다”며 “상장문턱을 대폭 낮추며 코스닥에 투자하라고 목소리 높였던 게 대표적이다. 이들의 말만 믿고 부나방처럼 뛰어든 수백만 투자자는 버블붕괴에 상장폐지까지 겹쳐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동기 한국거래소지부장은 “현재 파생상품시장본부장 단독추천 후보인 조효제와 유가증권시장본부장 후보자인 임재준 후보자는 문제적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부장은 “조효제 후보자는 최흥식 금감원장 당시 부원장보로 임명됐다가 윤석헌 체제가 들어서면서 일괄 사표로 물러난 사람이다. 임기는 못 채운 사람을 거래소 본부장으로 앉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보은인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재준 후보자는 그간 해외연계시장 거래중단, 결제불이행 사태, 리스크관리 실패 등의 일련을 책임이 있다”며 “사내 평판도 썩 좋지 않아 노조에서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베스트·워스트 인사에 워스트 인사로 자주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 측은 “거래소 이사회는 해외거래소와 지배구조 우수기업 수준으로 상임이사 추천 기준과 절차를 공정‧투명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거래소는 이미 꾸준히 인사권과 관련해 노조 측과 마찰을 빚었다. 거래소는 지난 2017년 정찬우 이사장 내정 당시에도 거센 논란을 빚었다. 정 이사장은 금융투자업계에서 ‘금융계 우병우’라는 악명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그는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당시 KEB하나은행 인사 개입 혐의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올해 2월 특검(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지원 현 거래소 이사장도 취임 직전까지 노조로부터 ‘모피아(경제관료) 낙하산’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도 거래소의 인사 문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변한 것이 크게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계 우병우’로 불리던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도 매우 정치적인 인물로 논란이 많았다. 현 정부 들어서도 사실상 이 같은 관행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지원 이사장도 박근혜 정부 시절(2015년 말) 한국증권금융 사장으로 임명됐고, 정치적 편향성 논란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거래소 측은 거래소 관계자는 “두 후보자들은 아직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또한 노조에서 항상 임원 인사 있을 때 마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곤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깜깜이 인사 절차는) 절차적으로 인사권에 대해서 (깜깜이로) 폐쇄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특히 사외 인사들은 위원회 추천제로 이뤄지고 있고, 이사장이 추천하는 사례는 파생상품부문 등 그렇게 많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피아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 거래소에서 인사 문제가 나올 때 마다 수시로 나오는 얘기라서 새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거래소 외에도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코스콤, 그리고 IBK투자증권 등에서 꾸준히 낙하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 가운데 IBK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말 박일환 국회 전문위원을 신임 사내이사(등기임원) 겸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2016년까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법사전문위원을 맡았으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실 기획조정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때문에 금융권 인사가 아닌 인물이 사내이사로 오른 것에 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