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위선에 진보·보수 따로 있나…운동권 전체 성추행 집단 몰지 말라”

최영미 “위선에 진보·보수 따로 있나…운동권 전체 성추행 집단 몰지 말라”

기사승인 2020-02-12 18:11:14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최영미(59) 시인이 과거 성폭력 사례를 공개적으로 고발하면서도 “진영논리로 접근하지 말라”고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12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발언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모델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제가 시대의 오물을 뒤집어쓰고 그 시들을 썼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 시들을 진영논리로 접근하지 말아달라”며 “위선에 진보, 보수가 따로 있나. 운동권 전체를 성추행 집단으로 몰지 말라. 제발”이라고 요구했다.

앞서 최씨는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시집 ‘돼지들에게’ 개정증보판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1987년 당시) 선거철에 합숙하면서 24시간 일했다”면서 “그때 당한 성추행은 말도 못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백기완(88) 선거캠프에서 일했다.

최씨는 “한 방에 스무 명씩 겹쳐서 자는데 굉장히 불쾌하게 옷 속에 손이 들어왔었다”면서 “나에게뿐만 아니라 그 단체 안에서 심각한 성폭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학생 출신 외에 노동자 출신 등 여러 종류 사람들이 있었고 회의를 느꼈다”면서 당시 피해 사실을 알리려 했으나 선배가 “네가 운동을 계속하려면 이것보다 더 심한 일도 참아야 한다”면서 말렸다고도 발언했다. 

최씨는 또 “지난 2005년 그 전쯤 한 문화예술계 사람을 만났고 그가 ‘돼지들에게’의 모델”이라면서 “문화예술계에서 권력이 있고 한 자리를 차지한 인사다. 기사가 딸린 차를 타고 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성희롱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이 담긴 말을 했고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나를) 불러내고서 뭔가 기대하는 듯한, 나한테 진주를 기대하는 듯한”이라며 “’돼지에게 진주를 주지 마라’는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은 이런 시를 쓰도록 동기를 준 사람이고 첫 문장을 쓰게 한 사람”이라고도 덧붙였다. 

최씨는 지난 2017년 계간지 ‘황해문화’에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해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했다. 고은(87) 시인은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씨와 언론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1월 2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고씨가 상고를 포기해 손해배상 소송 패소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한편, 최영미 시인은 지난 199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이미 뜨거운 것들’, 산문집 ‘시대의 우울’,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등을 출간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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