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겨내자” 방구석서 콘서트 연 음악인들

“코로나19 이겨내자” 방구석서 콘서트 연 음악인들

“코로나19 이겨내자” 방구석서 콘서트 연 음악인들

기사승인 2020-04-20 14:58:55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당신이 우리의 눈이 돼 / 가야 할 길을 보여주길 기도해요.”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 위로 가수 셀린 디옹과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가수 레이디 가가, 존 레전드의 목소리가 포개졌다. 18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9시57분. 무려 8시간 동안 이어진 온라인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이었다. 네 뮤지션이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어 빚어낸 하모니에 “근래 가장 유기적이고 매력적인 협업”(빌보드),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아름다움을 보여준 순간”(가수 스티비 닉스)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원 월드: 투게더 앳 홈’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자선단체 ‘글로벌 시티즌’ 그리고 레이디 가가가 힘을 합쳐 주최한 온라인 콘서트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전 세계 의료 종사자들을 응원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기획됐다. 엘튼 존, 스티비 원더, 테일러 스위프트, 카밀라 카베요, 빌리 아일리시, 찰리 푸스, 션 멘데스, 베키 지, 제니퍼 로페즈, 리조, 샘 스미스 등 전 세계의 110명의 음악인이 참여했다. 

공연은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투개더 앳 홈’ 공연을 생중계한 데서 시작했다. “누가 알겠어요? 내일 다른 누군가 이어서 공연할지.” 그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했다. 마틴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존 레전드가 공연을 이어갔고 이후 찰리 푸스, 밴드 원디렉션의 멤버 나일 호란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국내에서도 권정열 원맨밴드 십센치, 밴드 소란의 보컬 고영배 등이 ‘투게더 앳 홈’이란 이름으로 ‘랜선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인스타그램 라이브가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온라인 공연으로 이어질 것이라곤 마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후 8~10시에 진행된 본 공연은 미국 ABC·CBS·NBC와 영국 BBC가 생중계했다. 사전 공연을 포함한 전체 공연은 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네이버 V라이브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중계됐다. 기자는 글로벌 시티즌의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를 지켜봤는데, 공연 시작 10분여 만에 접속자 수가 58만명으로 늘었다. 한국은 새벽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지만, 채팅창엔 “빨리 보고 싶어” “태민아” “한국 사람은 없는가” “기대된다” 등의 한국어 대화가 바삐 오갔다.

음악인들은 용기와 위로와 치유의 노래를 들려줬다. CF 음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안드라 데이는 ‘너를 위해 수천 번이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내용의 노래 ‘라이즈 업’(Rise Up)으로 공연을 열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어머니가 암 투병할 당시 썼던 ‘순 유윌 겟 베터’(Soon You’ll Get Better)를, 스티비 원더는 지난달 세상을 뜬 동료 빌 위더스를 추모하며 ‘린 온 미’(Lean On Me)를 불렀다. 폴 매카트니는 “이런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자들에게 의료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요구하자”면서 비틀즈의 ‘레이디 마돈나’(Lady Madonna)를 연주했다. 매카트니의 어머니는 생전 간호사로 제2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트니는 “우리를 지켜주는 의료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내 가수 중엔 그룹 슈퍼엠이 유일하게 이 공연에 참여했다. 이들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신곡 ‘위드 유’(With You)를 이날 처음 공개했다. 멤버들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집에 머무는 동안 라이브 스트리밍 퍼포먼스를 준비하며 멀리 있는 여러분과 교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우리 노래가 전 세계에 공유되어 에너지를 드렸으면 좋겠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거물 팝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이번 공연으로 1억2790만달러(1558억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이 모였다. 레이디 가가는 공연에 앞서 애플의 팀 쿡 등 68개 기업 CEO와 화상통화로 기부를 끌어내기도 했다. 글로벌 시티즌은 이중 5510만달러(약 671억원)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연대 대응 기금에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전 세계 지역의 푸드뱅크, 쉼터, 지역사회단체, 금융기관 등을 지원하는 데 쓸 방침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지난 주말 ‘온라인 공연’이 인기였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18~19일 유튜브 공식채널 ‘방탄TV’를 통해 과거 공연들을 스트리밍하는 ‘방방콘’을 열어 전 세계 팬들을 집결시켰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방방콘’의 24시간 누적 조회수는 5000만 건을 넘겼고, 스트리밍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24만 명을 돌파했다. 빅히트는 이에 더해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서 ‘방방콘’을 감상할 시 블루투스 모드로 응원봉을 연결하면 영상의 오디오 신호에 따라 응원봉의 색깔이 달라지는 기술을 적용해, 팬들이 마치 한곳에 모여 함께 응원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가수 겸 프로듀서 유희열이 이끄는 음악 레이블 안테나는 18~19일 유튜브 공식 채널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소규모 랜선 페스티벌 ‘에브리싱 이즈 오케이 위드 안테나’(Everything Is OK with Antenna)를 열었다. 정재형·정승환·박새별·권진아·루시드폴·페퍼톤스 등 안테나 소속 음악인들이 녹음실에 작은 무대를 마련해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줬다. 유희열은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힘든 시간이 지나고, 웃으면서 손을 잡고 음악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응원을 전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유튜브채널 글로벌 시티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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