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공연 연 방탄소년단 “봄날은 꼭 올 거예요” [들어봤더니]

비대면 공연 연 방탄소년단 “봄날은 꼭 올 거예요” [들어봤더니]

비대면 공연 연 방탄소년단 “봄날은 꼭 올 거예요”

기사승인 2020-06-14 20:46:22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앞에 계신 분 좀 숙여주세요, 제가 키가 작아서요.” “포도당 사탕 드실 분?!” “인화 사진 나눔합니다~” 

서울 경인로 고척 스카이돔 앞에서 오간 대화가 아니다. 전 세계 74만여 명의 팬들로 떠들썩해진 이곳은 그룹 방탄소년단의 비대면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 채팅창. 14일 오후 ‘방방콘 더 라이브’가 생중계된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는 실제 공연장에 온 듯 상황극을 펼치는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로 북적였다.

‘방방콘 더 라이브’는 방탄소년단이 데뷔 후 처음으로 여는 비대면 실시간 콘서트다. 애초 방탄소년단은 지난 4월부터 전 세계를 돌며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 공연을 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투어를 기약 없이 미루게 됐다. 이에 방탄소년단은 지난 4월 유튜브로 이전 콘서트와 팬미팅 실황을 공개하는 ‘방방콘’을 연 데 이어, 이번엔 실시간 공연을 중계하는 ‘방방콘 더 라이브’로 팬들을 만났다.

△ “어서 와. 방방콘은 처음이지”

이번 공연은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라는 제목에 맞춰 ‘방탄소년단의 집으로 팬들을 초대한다’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첫 번째 곡으론 2015년 발표한 ‘쩔어’가 선곡됐다. 리더 RM은 “어서 와 / 방탄은 처음이지?”라는 이 노래 가사를 “어서 와 / 방방콘은 처음이지?”로 개사해 부르며 공연장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긴 복도를 지나 공연장으로 달려나간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는 마침내 진짜 집으로 돌아왔다는 양 기쁘게 무대를 누볐다.

곡의 분위기에 맞춰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무대는 볼거리를 더했다. 멤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은 작업실처럼 편안하게 꾸며진 반면, ‘블랙스완’(Black Swan)에선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느낌의 숲으로 무대가 바뀌었다. 뷔와 지민이 함께한 ‘친구’ 무대는 이들의 추억이 깃든 버스정류장으로 변했고, RM과 슈가의 유닛 무대 ‘리스펙’(Respect)에선 로파이 질감의 화면이 시선을 끌었다.

△ “우산으로 내 가슴을 후려치는 무대”

방탄소년단은 앞서 준비해온 월드투어의 레퍼토리 일부를 이번 ‘방방콘 더 라이브’를 통해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새롭게 편곡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도 그 가운데 하나다. 퍼포먼스 역시 우산을 활용한 안무로 탈바꿈했다. 방탄소년단의 색다른 매력에 팬들은 환호했다. 멤버들은 “우산으로 내 가슴을 후려치는 무대”라는 댓글을 읽으며 즐거워했다. 이들은 정식 무대 외에도 “아미 여러분을 위해 우리가 준비하고 있던 곡들을 조금 보여드리겠다”라면서 ‘욱’(UGH!)과 ‘00:00(Zero O’Clock)’의 퍼포먼스 일부를 보여주기도 했다.

△ “봄날은 꼭 올 거예요”

RM은 공연을 마치며 “이게 ‘미래의 공연인가’라는 생각에 무서워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K팝 시장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투어길이 막힌 뒤,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방방콘 더 라이브’의 경우, 팬클럽 회원에겐 2만9000원, 미가입 회원에겐 3만9000원에 티켓이 판매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부터 네이버와 손잡고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를 선보이고 있으며, 그룹 (여자)아이들과 아스트로도 각각 다음달 5일과 이달 28일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연다.

멤버들은 “다시 만날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RM은 마지막 곡 ‘봄날’을 부르기에 앞서 “아미와 언제 대면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며 “봄날은 꼭 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맏형 진도 “얼어붙은 날들이 지나고, 따뜻하게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려달라”고 했다. ‘봄날’을 부르며 다시 긴 복도를 거슬러 가던 방탄소년단은 아쉬운 듯 마이크를 입에서 떼지 못했다. “우리가 참 많이 사랑해요”, “우리는 언제나 이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예요”, “보라해” 같은 인사를 한참이나 쏟아내고 나서야, 문밖으로 방탄소년단이 사라졌다. “만나러 갈게 / 좀 더 머물러줘”라는 ‘봄날’의 가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팬들을 배웅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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