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인 박세리의 순간들 [노는 박세리③]

예능인 박세리의 순간들 [노는 박세리③]

기사승인 2020-09-05 08:00:36
▲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캡쳐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지난 2월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할 당시 박세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섭외됐다. 멤버들은 박세리를 수많은 박세리 키즈를 만들어낸 골프 레전드로 소개했다. 그가 가진 매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스포츠인으로서의 삶과 애환을 전하는 데 애썼다.

이제 예능 제작진들은 박세리 사용법을 발견했다. 2020년 9월 현재 박세리는 방송가를 휘젓는 방송인으로 거듭났다. 박세리가 있기에 가능한 E채널 ‘노는 언니’와 웹예능 ‘인생 한 번 쎄리박’이 탄생했다. tvN ‘서울촌놈’에 게스트로 출연했고, SBS ‘정글의 법칙 in 와일드코리아’에 합류하는 등 여기저기서 박세리를 찾는다. ‘국민 영웅’에서 ‘노는 언니’가 된 박세리가 각 프로그램에서 어떤 캐릭터로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 ‘나 혼자 산다’ - 혼자 있는 박세리


예능인 박세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건 단 한 편으로 충분했다. 지난 5월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라이브’ 코너에 출연한 박세리는 자신의 층고가 높은 4층 주택과 반려견 모찌, 찹쌀이와 함께 TV를 보는 평온한 일상을 공개했다. 아침을 먹은 후 운동을 갔다가 공기 정화 식물을 설치하고 후배들과 저녁을 먹는 평범한 하루에 대중이 몰랐던 그의 진짜 모습이 담겼다. ‘모자랄 바엔 남는 게 낫다’는 큰 손 성향에 감탄이, ‘아침엔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는 음식 지론에 박수가 나왔다. 무엇보다 박세리는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의 참견과 놀림을 의연하게 받아치는 당당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오랜 시간 다져온 단단한 삶의 철학은 그 자체로 멋있다. 그렇게 박세리는 모두의 ‘언니’가 됐다.

 
▲ 사진=E채널 '노는 언니' 캡쳐


■ ‘노는 언니’ - 맏언니 MC 박세리


‘나 혼자 산다’가 예능인 박세리의 데뷔 무대였다면, ‘노는 언니’는 모든 걸 선보이는 콘서트 무대다.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에 도전하며 노는 것이 전부인 단순한 콘셉트의 ‘노는 언니’에서 박세리는 자신이 자유도가 높은 프로그램에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는 걸 증명한다.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가 어느새 이야기를 들으며 전체를 아우른다. 이는 멋있는 운동 선배의 조건인 동시에 좋은 MC의 자질이기도 하다. 박세리와의 첫 만남에 긴장하던 멤버들은 빠르게 마음을 열고 기분 좋게 그의 페이스에 끌려간다. 시청자들 역시 박세리를 믿고 예능 초짜들이 가득한 리얼리티 예능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박세리를 예능인, 방송인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노는 언니’에 담겨있다.

 
▲ 사진=tvN '서울촌놈' 캡쳐


■ ‘서울촌놈’ - 게스트 박세리


지난달 방송된 tvN ‘서울촌놈’ 대전편은 박세리가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을 때 어떤 활약을 보여주는지 담아냈다. 서울만 아는 서울 촌놈들에게 특정 지역 출신의 게스트들이 그곳의 명소와 특색을 공유하는 ‘서울촌놈’에서 박세리는 모두가 방송을 만들려고 노력할 때 홀로 리얼리티를 지켜내는 우직함을 보여준다.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개그맨 김준호가 두 살 많다며 오빠 호칭을 요구하는 순간에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또 게스트들이 MC들을 상대로 지역에 대해 가르치고 우기는 모습에서 웃음 포인트를 찾는 콘셉트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으며 그만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여전히 먹는 것에 예민하고 성격이 급한 모습 등은 방송에서 보여주는 박세리 세계관이 어느 프로그램에서든 이어진다는 믿음을 되새기게 한다.

 
▲ 사진=웹예능 '인생 한 번 쎄리박' 캡쳐


■ ‘인생 한 번 쎄리박’ - 야생의 박세리


그 무엇도 박세리를 막을 수 없다. ‘인생 한 번 쎄리박’은 박세리가 방송국의 안전망에서 벗어나 유튜브란 야생에 떨어져도 홀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와썹맨’, ‘워크맨’을 제작해 성공시킨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콘셉트대로 제작진은 ‘취미 활동 찾기’라는 명분 아래 박세리를 낯선 환경에 마구 던져놓는다. 박세리는 때로는 화를 내고 욕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길질마저 서슴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이고 또 어느 순간 순응하며 최대치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몰랐던 모습을 발견한다. 박준형과 장성규, 광희가 그랬듯 카메라가 꺼져도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는 내공이 있어야 가능한 결과물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며 생긴 잠깐의 시간 동안 박세리는 어느 새 최전선에서 가장 먼저 예능의 미래를 만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우연은 아닐 것이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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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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