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진료 대란 눈앞”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진료 대란 눈앞”

전공의 지원율 15.9%까지 폭락
“이대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전공의 기피 영향”
정부에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 제안

기사승인 2022-12-16 15:10:54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진=박효상 기자

“소방서는 있지만 불을 끌 소방관들이 다 도망가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진료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면서 정부에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들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는 16일 오후 1시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4층 대회의실에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청과는 2023년도 상반기 전국 전공의 지원 207명 중 33명만 지원했다. 전공의 지원율은 15.9%이다. 지원율은 매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집계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으로 소청과 진료량이 40% 격감해 지역거점 1차 진료체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또 인력 부족으로 고난이도, 중환진료와 응급진료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진료 대란이 목전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일례로 수도권에서는 지난 8월 5세 여아에 응급 상황이 발생했지만 대학병원 응급실, 일산 모 병원에서 거절당했다. CPR 후 소생되면 타 병원으로 옮겨간다는 조건으로 서울 모 대학병원으로 가까스로 옮겨졌다. 하지만 환자는 골든타임이 지나서 사망했고 환자를 받았던 병원은 현재 민형사 소송이 제소된 상태다.

영남권에서는 한 대학병원은 내년 1월부터 전공의가 없어서 운영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 3곳도 소아과 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4시간 정상적인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36%에 불과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는 16일 오후 1시 대한의사협회 4층 대회의실에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정진용 기자

또 높은 업무강도에 못 미치는 낮은 보상수가, 지난 2017년 이대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소청과 지원을 기피한다는 지적이다. 아동병원협회는 지난 이대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두고 “진료상 과실 혐의에 대해 형사고발이 이뤄진 것은 국내에서도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건이다. 이후 2020년대부터 이어진 소아과 지원자 급감에 큰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 “소청과는 사명감 혹은 진료과목 자체에 대한 선호가 가장 큰 지원 동기인데 이 사건은 진료 과실 ‘가능성’ 만으로도 형사 기소가 가능한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전날 대법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7명에게 상고 기각 판결을 내리며 무죄를 확정했다.

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이대로라면 내년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은 3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필요 전공의 인력의 39%만 근무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또 향후 2~3년 내 대학병원 소아청소년 응급실 및 입원실 폐쇄가 가속화되고, 소아청소년 응급 환자 진료 및 입원 난민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사들이 생각하는 대책은 무엇일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의사들은 소청과 입원 진료에 대한 낮은 보상 수가가 병원 적자와 인력 및 운영 위축의 중요한 원인이므로 기본 입원 진료 수가의 소아연령 가산을 2배 이상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현재 소멸이 우려되는 필수진료과인 흉부외과, 외과에서 시행 중인 전공의 임금지원과 보조인력 비용지원이 소청과에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과실 의료사고 면책범위 확대 적용도 언급됐다.

아울러 인구 17%인 소아청소년에 대한 국가적 건강안전망이 붕괴되기 전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를 만들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기획재정부, 소청과 의사들이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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