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직장인 ‘욜로’부터 ‘조용한 사직’까지

MZ 직장인 ‘욜로’부터 ‘조용한 사직’까지

기사승인 2022-08-27 06:00:02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SNS 게시물.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신조어가 미국 청년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조용한 사직’은 ‘주어진 일 이상으론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것’을 의미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가리켜 “직장인이 개인 생활보다 일을 중시하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욜로 이즈 마이 라이프”


‘조용한 사직’처럼 일보다 삶을 소중히 여기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한 예가 ‘욜로’(YOLO)다. ‘you only live once’ 앞 글자를 딴 욜로는 ‘한 번 살 인생, 제대로 살자’는 뜻으로 5~6년 전에 크게 유행했다. 욜로는 소비시장에서 두드러졌다. ‘나’를 위한 소비라면 지갑을 여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았다. 국내 모 취업포털 사이트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84%가 “‘욜로’를 긍정적으로 생각 한다”고 답했다.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60.7%)’와 ‘자기 주도적으로 살 수 있어서(55.4%)’라는 응답률이 높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인식과 함께 열기가 식긴 했지만, 욜로는 신드롬에 가까웠다.


일과 삶 ‘분리’서 일과 삶 ‘일치’로


욜로 다음으로 나온 개념이 ‘워라밸’(Work-Life Balance)과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다. 워라밸은 일과 가정, 여가, 건강 자기개발, 사회활동 등을 조화롭게 해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다.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밀레니얼 직장인 5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 절반(49.9%)이 좋은 직장 조건으로 ‘워라밸 보장’을 꼽았다. ‘워라블’은 반대로 일과 생활을 일치시킨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차이는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비대면 혹은 재택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일과 생활을 완전히 분리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럴 바엔 차라리’라는 마인드가 젊은 세대 직장인에겐 깔린 듯하다. 6시 퇴근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더 ‘나다운 삶’을 추구하는 게 ‘워라블’이다. 일을 생활 연장선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현상은 코로나19를 전후로 더 선명해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청년세대 직업관이 변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는 있다. 서울시 ‘서울청년실태 조사보고서(2020)’에 따르면 청년들은 경제적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일자리’(43.9%)라고 답했다. 이어 ‘소득’(32.5%), ‘주거’(14.3%)순이었다. ‘일자리’와 ‘소득’이 경제적 안정 절대기준인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수입이 목적인 직업 만족도는 평균 2.84점(5점 만점)으로 절반을 조금 넘는 데 그쳤다. 불만족 비율이 35.6%로 만족 비율(25.9%)을 상회했다. 청년들은 코로나19로 구직이나 고용유지, 창업 어려움을 호소했다. 소득활동이 ‘어렵다’라고 답한 비율이 61.2%였다.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 기준을 ‘높은 연봉’외에 ‘오래 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꼽았다.

고영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MZ세대들이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하는 방식 변화를 경험했고 기존 직장 문화에 대한 반감은 아니더라도 일과 본인 생활을 더 중요히 여기는 세계관을 가진 게 아닌가하는 짐작 한다”고 밝혔다.
틱톡 갈무리


일과 선 긋는 #조용한사직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조용한 사직’은 워라밸에 가까운 모습이다.

‘조용한 사직’이 등장한 배경은 뭘까. 발원지인 미국 경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미국 경제는 고(高)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개인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산업생산도 감소하면서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신건강 서비스 업체인 리라 헬스 측은 “조용한 사직자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경에서 조용히 고통 받는 직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도 미국과 유사하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8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부진이 완화되며 완만한 경기 회복세는 지속됐지만 고물가와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요인이 고조되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국내에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거진 고용 불안정과 맞물려 ‘조용한 사직’이 번질 가능성은 적지 않아 보인다. 시장에도 불안요소는 깔려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구성하는 구성지수(CSI) 중 ‘현재경기판단 CSI’와 ‘향후경기판단 CSI’는 각각 47, 58에 불과하다.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수치가 높으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수가 부정적으로 응답한 가구수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100보다 낮으면 반대를 의미한다. 

한편으론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렌드’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일자리 선호도 변화나 이직이나 퇴직형태에 영향을 줬을 텐데 코로나19 시기에 나타난 단기 현상인지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지속될 지는 확신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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