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디지털TV 1위 신화' 주인공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뉴 삼성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반면 애니콜과 반도체 신화의 주역 이기태 부회장과 황창규 사장은 퇴장했다.
◇이윤우·최지성 투톱체제=최 사장은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즈 부문장을 맡아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인 이윤우 부회장과 삼성전자를 양분하게 됐다. 삼성의 새로운 중추가 된 것이다.
최 사장은 디지털미디어총괄을 맡았을 때 삼성 디지털TV를 세계 1위로 올려놓았다. 2007년부터는 이기태 부회장의 후임으로 정보통신총괄을 맡아 제2의 애니콜 신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도체, LCD, 휴대전화를 두루 경험했고 해외 근무 경험도 많다.
1985년 법인이 없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1인 사무소장으로 발령받고 1000장짜리 반도체 기술 교재를 암기한 뒤 바이어를 상대했고, 알프스 산맥을 차로 넘으며 부임 첫 해 100만달러어치 반도체를 팔았다. 절도 있는 생활과 자로 잰 듯한 일처리로 '독일병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시절에는 이재용 전무와 해외 전시회에 여러 차례 동행하면서 일찍이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핵심 주자로 주목받았다. 이번 인사가 새로운 리더십(이재용 체제)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최 사장의 약진을 근거로 하고 있다.
최 사장과 한 축을 맡은 이윤우 부회장은 '포스트 윤종용' 체제의 핵심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나이가 63세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최 사장의 역할과 비중은 단연 돋보인다.
◇애니콜 신화, 황의 법칙은 퇴장=반면 삼성전자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이기태 부회장과 황창규 사장은 삼성전자 상담역으로 위촉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 말 휴대전화 애니콜로 국내시장을 평정하고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휴대전화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볼만큼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한 '미스터 애니콜'이 퇴진하는 것이다. 황 사장 역시 세계 최초로 256메가D램을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한 뒤 반도체 집적도가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실제로 증명해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사업 일선으로부터 한발 물러난 상태였다. 삼성 관계자는 "황 사장은 대표이사로 오래 일했고 후진도 양성됐다고 판단해 스스로 사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새로운 체제를 감안해 용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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