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계획은 언감생심”… 재계, 시나리오 경영으로 단기전 태세 돌입

“연간계획은 언감생심”… 재계, 시나리오 경영으로 단기전 태세 돌입

기사승인 2009-01-29 20:57:01


[쿠키 경제] 재계가 '시나리오 경영'에 돌입했다.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국내외 경기 변동에 맞춰 수시로 고쳐나가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장 예측이 어려워져 예전처럼 연간 사업계획을 내놓지 못하자 단기전 각개격파 태세로 전환한 것이다.

삼성전자 완제품(DMC) 부문장인 최지성 사장은 28∼29일 수원사업장에서 DMC 임원 450명과 경영전략회의를 갖고 6개월 단위 시나리오 경영을 진행키로 했다. 다양한 경우의 수에 따라 사업 시나리오를 짜고 6개월마다 목표치를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기 부침이 워낙 심해 6개월 경영목표를 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지난 15∼16일 최고경영자(CEO) 전략회의에서 안갯속 경영환경을 헤쳐나가는 전략으로 수개월 단위 단기목표 달성을 강조했다. 앞서 안명규 LG전자 북미지역본부장(사장)이 "올해 경영목표는 3개월 단위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올해 경영 방침도 시나리오 플래닝 강화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발생 가능한 모든 변수에 대해 전략을 마련해 놓는 것. 최 회장은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수립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SK 관계자는 "3월 쯤 큰 틀의 경영계획이 확정되겠지만 상황에 따라 수시로 계획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유연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사업계획을 세우지 않고 3개월치(1분기) 계획만 짰다. 전년동기 대비 25∼30% 감산한다는 내용이다. 앞으로 분기 단위로 몇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시장 불확실성을 극복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올해 조강생산을 지난해보다 3∼12%, 매출 목표액을 2∼12% 줄인다는 큰 뼈대만 세웠다. 최악과 최선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경제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경영관리 주기를 종전 분기 단위에서 월 단위로 단축했다.

29일 경영계획을 공시한 신세계는 수정안을 여러 개 만들었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비수기인 2월 실적에 따라 계획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면서 "영업이익 13.1% 성장을 기본 계획으로 정했지만 5% 신장, 1% 신장, 역신장 등 시나리오에 따른 수정안도 함께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일찌감치 시나리오 경영을 선언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악부터 최선 상황까지 3가지 시나리오 기반으로 경영할 것"이라며 "수요가 연중 회복되지 않고 공급도 조정되지 않는 상태를 최악으로 상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유병석 기자
mogul@kmib.co.kr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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