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해외브랜드,한국선 줄줄이 ‘쪽박’… 왜?

대박 해외브랜드,한국선 줄줄이 ‘쪽박’… 왜?

기사승인 2009-02-09 18:23:03

[쿠키 경제] 전 세계 2억명이 이용하는 세계 2위의 온라인 인맥구축사이트(SNS) ‘마이스페이스’가 18일 한국어 서비스를 중단한다. 국내 SNS 1위 싸이월드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한국 진출 9개월 만에 철수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선 토종 업체에 굴복, 패퇴한 것이다.

지난해 마이스페이스와 함께 한국 공략에 나선 쟁쟁한 글로벌 인터넷 업체들도 모두 고전 중이다. 가상현실 커뮤니티의 원조격인 3차원 SNS ‘세컨드라이프’는 지난해 초 한글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가입자 수가 10만명 안팎에 불과하다. 후발주자인 싸이월드 ‘미니라이프’ 이용자가 400만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참패나 다름 없다. 마이스페이스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SNS ‘페이스북’도 지난해 8월 한국 진출 이후 실적이 미미하다.

지난달 23일로 한국 진출 1년을 맞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세계적 유명세에는 못 미친다. 웹사이트 분석업체 랭키닷컴의 동영상 사이트 순위에서 유튜브는 9일 현재 판도라TV, 아프리카, 곰TV 등 토종 사이트에 밀려 6위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도 한국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랭키닷컴의 전체 사이트 순위에서 구글은 22위. 한국 진출 3년째인 올해 한국형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지만 국내 포털 빅3(네이버, 다음, 네이트)와의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한국 인터넷 이용자의 특성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철저한 한국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인지도만으로는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토종 브랜드 파워를 이기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사례는 다른 업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통업계에선 세계 1, 2위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2006년 나란히 한국 사업을 접었다. 두 업체는 한국형 백화점식 매장과 달리 물건을 높이 쌓아놓는 창고형 매장을 고수하다 실패했다. 2007년엔 영국 홈인테리어 유통업체인 비앤큐가 진출 2년 만에 한국을 떠났다.

식품업계에선 글로벌 강자인 네슬레와 하인즈가 각각 동서식품과 오뚜기라는 벽에 막혀 고전 중이다.

세계 PC 1, 2위인 HP와 델도 국내에선 토종 브랜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 반면 외국 업체는 20%대에 불과하다.

휴대전화 세계 1위 노키아는 2001년 국내에 진출했다가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지 못해 2년 만에 짐을 쌌다. 올해 노키아는 6년 만에 재도전한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아성이 워낙 단단해 틈새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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