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LCD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진앙지는 대만이다. 장기불황으로 극심한 위기를 맞고 있는 대만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우리나라에 이어 세계 2위 LCD 생산국이다. 문제는 대만 업체가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다면 LCD 시장에서 우리 기업을 위협한 존재로 부상하게 된다.
세계 3위 LCD 패널 제조사인 대만 AUO는 최근 자국 경쟁사 CMO(4위)와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시사했다. AUO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대우증권 에널리스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장 인수할 계획은 없지만 CMO가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AUO와 CMO측은 “현재 M&A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한 여러가지 파트너십 기회는 열어놓은 상태”라며 여운을 남겼다고 대만 언론이 2일 전했다.
지난해 패널 가격이 재료값 아래로 떨어지면서 대만 LCD 업계는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에 몰렸다. 주요 3개사(AUO, CMO, CPT)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2조3000억원에 달한다. 50% 아래로 떨어진 공장 가동률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안 보여 올해 1분기도 적자가 예상된다. 수요 회복과 가격 반등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합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UO와 CMO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합산하면 31%로 1위 삼성전자(25.7%)와 2위 LG디스플레이(20.3%)를 모두 뛰어넘는다.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중복되는 사업과 비효율적인 생산라인이 정리될 것이기 때문에 실제 점유율은 이보다 낮아지겠지만 20%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와 3강 구도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업계는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통합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대만 업계는 어떤 식으로든 덩치를 키우려 할 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외형상 우리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돼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D램 업계도 대만의 자구책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이 임박해 있다. 글로벌 3위 일본 엘피다가 대만 파워칩, 렉스칩, 프로모스와 합칠 계획이고 4위 미국 마이크론은 대만 난야, 이노테라와 통합을 추진 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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