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끝나면 백수…인턴, 정규직 전환은 없다

기한 끝나면 백수…인턴, 정규직 전환은 없다

기사승인 2009-03-05 14:29:03


[쿠키 경제]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 정책에 따라 기업들이 인턴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턴기간이 끝나면 상당수 인력이 '백수'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이 정부에 등 떠밀려 손쉬운 인턴 채용으로 시늉만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본보가 5일 자산 기준 10대 그룹 등의 인턴사원 정규직 전환 여부를 파악한 결과 대한주택공사, 한국전력은 각각 지난해 인턴을 뽑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는 없었다. 삼성과 현대·기아차의 대학 재학생 인턴을 뽑았지만 정규직 선발 우대조치는 없었다.

삼성측은 "지난해까지는 대학생들에게 기업 근무를 경험하게 하는 산학 이해도 증진 차원의 인턴 채용이었기 때문에 취업과 무관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도 "(최근 통용되는) 대졸 구직자 구제 통로로서의 인턴 개념과 다른, 대학 재학생 위주의 인턴십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00명을 뽑은 현대·기아차는 올해 1300명의 대학생 인턴을 선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턴을 운용하지 않았던 포스코는 올해 1600명의 인턴을 채용키로 했으나 정규직 채용시 우대 혜택은 없다.

주택공사는 지난해 29명을 뽑아 3개월 인턴으로만 썼다. 올해는 5배 증가한 1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한전도 정부 정책에 부응해 지난해 12월 200명을 선발해 지난 2월까지 운용했으나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올해 추가로 인턴 450명을 뽑아 4월부터 9월까지 운용할 방침이지만 역시 정식 채용할 계획은 없다. 한전은 하반기에 신입사원을 따로 뽑을 계획이다. LG와 SK는 지난해 각각 350명, 500명씩 인턴을 뽑았으나 이 중 정규직으로 전환한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롯데와 금호아시아나, GS 정도만이 예외였다. 올해 인턴 700명을 채용하는 롯데는 지난해 200명을 뽑아 14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롯데는 지난해보다 100명 늘린 대졸 공채 1500명을 포함, 영업직과 기능직 등 정규직 6600명을 채용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인턴 153명을 뽑아 8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GS도 100명 가운데 70명을 신입사원으로 정식 채용했다.이들 기업들은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인턴을 채용, 청년 실업난을 더는데 일조했다.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들은 대학생들의 산업현장 체험 차원에서 인턴을 채용했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적이고 정규직 전환 혜택도 없지만 지금은 국가적 비상 상황 속에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서 땜질식 처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행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관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올 초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은행, 증권사, 보험, 제2금융권에서 정원의 2% 인턴 채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한 뒤 관련 협회별로 인사담당자 회의를 여는 등 2% 채우기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금융회사 전반의 채용실태를 조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조사만 했을 뿐 채용 계획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강준구 기자
mogul@kmib.co.kr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천지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