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7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 버스정류장. ‘일일’ 버스 안내양 김영자씨가 승객이 내린 후 500번 버스 뒷문을 손바닥으로 ‘탁’ 치며 외쳤다.
“내리실 분 안계시면 오라∼이.”
추억의 버스 안내양이 20년 만에 부활했다. 서울시는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힘겨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HAPPY BUS DAY(해피버스데이)’ 이벤트를 벌였다.
이벤트 중 하나로 열린 추억의 버스 안내양은 이날 서울 시내 버스 40대에 투입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시민들의 승하차를 도왔다. 버스 안내양의 부활은 반나절 만에 끝났지만, 시민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폈다.
시민들은 신기해하며 안내양을 반겼다. 김순자(57·여)씨는 “젊었을 때 보고 얼마만에 보는 지 모르겠다”며 “옛 생각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고 잠시 추억에
빠졌다. 최영임(70·여)씨는 “안내양이 부축해줘 버스 타기가 수월했다”고 좋아했다.
안내양 김씨는 “붐비는 출근시간에도 승객들이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며 “밝게 인사하고, 임산부나 어르신들 도와주니까 다들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다름 아닌 이 버스기사 김동흥씨의 부인.
이날 안내양들은 이벤트사에서 고용된 20대 도우미도 있었지만 자원봉사를 자청해 나선 가족들도 꽤 됐다. 버스기사 김씨는 “지루하지도 않고,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며 “가끔 안내양 이벤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버스 안내양은 1961년 처음 도입됐다. 70년대 중반 5만여명에 육박하며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1982년 시민자율버스가 도입되면서 줄기 시작했다. 그러다 89년 안내원을 두도록 한 자동차운수사업법 33조가 삭제되면서 완전히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시는 추억의 버스 안내양 이벤트를 매 분기마다 열 계획이다. 양인승 시 버스정책담당관은 “예상외로 시민들 반응이 너무 좋다”며 “앞으로 고정 이벤트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지도상에 표시한 버스 노선도를 서울버스 7700대에 모두 부착하고, 여성 승객이 원하는 장소에 하차시켜주는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같은 버스 서비스 강화는 지하철과 벌이는 승객 확보 ‘신경전’과도 무관치 않다.
2004년 서울 시민 대중교통 이용현황을 보면 지하철 이용객(912만9000명)이 시내버스(785만2000명)를 앞섰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시내버스가 지하철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
양 담당관은 “중앙차로 등이 늘면서 승용차를 타던 분들이 버스를 이용해 그런 것 같다”며 “계속해 버스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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