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10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동부를 102대 85로 완파하고, 1승1패 균형을 맞췄다. 양팀은 오는 12일 전주에서 3차전을 치른다.
경기 도중 동부의 크리스 다니엘스(2m7)는 앞을 산처럼 막아선 KCC 하승진(2m21)을 힐끗 쳐다보더니 몸을 홱 틀어 돌파를 시도했다. 탄력 좋은 용병이지만 하승진과의 높이 맞대결로는 승산이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다니엘스는 대신 스피드를 택했다. 하승진을 돌파한 다니엘스는 림 앞에서 슛을 시도하지 않고 림을 지난 뒤 역동작으로 레이업을 시도했다. 하승진이 블록슛을 시도할 것이라는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하승진은 뒤에서 날아들어 다니엘스의 리버스 레이업 시도를 한 방에 찍어내렸다. 하승진은 26분여를 뛰며 공격에서 12점을 올렸지만 그의 존재는 점수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입증한 장면이었다. 동부는 하승진이 버틴 KCC 골밑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섣부른 외곽슛을 시도하다 경기를 그르쳤다.
반면 동부 선수 2∼3명으로부터 수비를 당한 하승진은 영리하게 밖으로 공을 돌렸고, KCC 동료들은 수비가 부족한 점을 역이용해 3점슛을 시도했다. 추승균(27점)과 조우현(14점)이 나란히 3점슛 4개씩을 성공하는 등 KCC는 14개의 3점포를 림에 꽂았다.
추승균은 경기 후 “승진이가 골밑에서 버티고 있으면 한결 마음 편하게 슛을 던질 수 있다”며 추켜세웠다. 하승진은 “1차전에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던 게 패인이었다. 부딪혀서 힘으로 하는 원초적인 해법이 정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는 하승진을 수비하던 김주성이 3쿼터 초반 4반칙으로 파울 트러블에 걸리며 벤치로 물러났고, 빠른 공수 전환으로 체력전을 유도하려던 작전이 먹히지 않아 고전했다.
한편 KCC 미첼은 테크니컬 파울 2개를 선언받고 퇴장하다가 관중석을 향해 엄지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빈축을 샀다. 동부의 웬델 화이트는 경기 종료 후 이를 문제 삼아 KCC 선수단과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험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6강 플레이오프부터 끊이지 않고 있는 코트 내 볼썽사나움에 농구팬들의 인내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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