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호 감독 한때 제왕적 지도자론 옹호?

안준호 감독 한때 제왕적 지도자론 옹호?

기사승인 2009-04-24 18:17:01

[쿠키 스포츠]‘훈장 선생님’ 같은 이미지의 안준호 서울 삼성 감독은 한 때 ‘제왕적 지도자론’을 옹호하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안준호 감독은 1985년부터 여자농구 코오롱 선수단을 지도하며 스파르타식 지도법으로 선수들의 눈물을 쏙 빼놨던 맹장 출신이다. 이 같은 지도자 인생 궤적을 반영하듯 2003년 한국체대 대학원에 제출한 석사 학위 논문은 전통적 리더십을 다루고 있다. 논문 제목은 ‘농구지도자의 리더십 행동 유형에 따른 응집성 및 인지된 경기력의 관계’.

이 논문에서 안 감독은 230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지도자의 리더십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훈련과 지시 행동’과 ‘전제적 행동’이 팀과 개인의 경기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풀어 설명하면 선수에게 강하고 힘든 훈련을 시키면서 기술과 전술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의사 결정과 집행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선수에게 지도자의 의사를 강조할수록 팀 워크가 강해진다는 이야기다.

‘스파르타식 훈련’과 ‘지시와 복종’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지도자상이 경기력을 높이는 데 적합하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지금의 안 감독은 논문이 작성된 시점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삼성을 이끌고 있다. 삼성의 작전 타임은 안 감독보다 이상민, 강혁, 이규섭 등 노장 선수들이 더 분주할 때가 많다. ‘지시와 복종’이라는 과거의 틀에서 보면 황당할 수도 있을 만큼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감독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질문을 통해 보충하고 선수들끼리 짧은 토론도 원활하게 이뤄진다.

다시 논문으로 돌아가면 안 감독은 ‘민주적 행동’, ‘사회적 지지 행동’, ‘긍정적 보상 행동’은 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사 결정 과정에 선수들을 참여시키는 것, 선수의 복지에 관심을 두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 선수의 능력과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격려와 칭찬을 하는 것은 경기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과거의 안 감독이 현재의 안 감독을 부인하는 듯한 인상이다.

논문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안 감독은 깜짝 놀라며 “그걸 어디서 구했어요”라면서 되물었다. 약간 쑥쓰러움도 묻어나는 목소리다. (안 감독의 논문은 국회전자도서관 등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달라진 모습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안 감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리더십도 달라져야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시대가 많이 변해 무조건 군림하려드는 군주적인 지도자상은 한계에 부딪혔다”며 “선수와 지도자가 목표를 명확히 공유하고 서로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이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농구가 아직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 당시와 지금은 엄청나게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너무나도 잘 아는 요즘 선수들에겐 (사제간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선 최대한 존중해야한다. 스타 선수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그들을 인정하는 민주적 운영방식이 효율적인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원활한 의사소통은 필수적이고 ‘나를 따르라’는 식의 운영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

그는 대학원 시절을 “현장에서 어렴풋하게 느끼던 것이 명확하게 정리되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며 대학원 시절을 회상했다. 챔피언전이 끝나면 대학원 박사 과정에 진학해 농구와 학업을 병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항상 연구하는 안 감독의 불타는 학구열과 흐름을 놓치지 않는 리더십이 남은 챔프전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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