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부상으로 5∼6차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하승진(2m22)이 컨디션을 회복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승진은 KCC에겐 축복, 삼성에겐 재앙 그 자체였다. 하승진은 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챔피언 결정전 7차전에서 18점 15리바운드를 몰아넣으며 KCC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코피가 나는 콧구멍을 솜으로 틀어막았어도 다리엔 쥐가 났어도 삼성 수비진은 하승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승진은 18점·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혁혁한 활약을 펼쳤다. 비록 MVP는 팀 선배 추승균(24점)에게 넘겨줬지만 하승진은 제공권을 장악하는 동시에 삼성 수비를 2∼3명씩 끌고 다니며 외곽슛 기회를 만들어줬다.
승부는 3쿼터에 갈렸다. 그 중심엔 KCC 하승진이 버티고 있었다. 하승진은 46-46으로 팽팽하던 3쿼터 종료 8분30초전 기세좋게 덩크슛을 시도하는 삼성 차재영을 림 위에서 찍어눌렀다. 공격에서 상대의 사기를 꺽는 것이 덩크슛이라면 상대의 슛을 찍어내는 블록슛은 덩크슛보다 몇 배는 더 위력적이다.
타오르던 삼성의 기세는 하승진의 블록슛 한 방에 사그라들었고 분위기는 KCC로 넘어갔다. 하승진의 블록슛은 공격으로 이어졌고 강병현이 3점슛으로 3쿼터 첫 득점을 성공시켰다. 기세를 탄 KCC는 추승균과 브랜드가 잇따라 3점슛을 림에 꽂고 신명호가 3점슛을 보태며 달아났다. 하승진은 3쿼터 2분50초를 남기고 강력한 투핸드 덩크를 내리 꽂아 64-53 11점차로 리드를 벌렸다.
4쿼터에도 KCC는 공세를 늦추지 않았고 종료 4분7초를 남기고 칼 미첼이 3점슛을 성공시키며 93-68 25점차로 달아나며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은 하승진을 방어하기 위해 물량 공세를 펼치며 반칙을 너무 많이 범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정석, 강혁, 차재영, 이규섭이 5반칙으로 물러났고, 이상민도 2쿼터 막판 4반칙을 범하며 파울 트러블에 걸린 것이 뼈아팠다.
허재 감독은 감독 데뷔 3년만에 KCC를 우승에 올려놓으며 '스타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농구계의 징크스를 깨뜨렸다. 꾸준한 활약을 펼친 추승균은 기자단 투표 결과 총 67표 가운데 60표를 휩쓸어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1997년 한양대를 졸업해 KCC의 전신인 현대 시절부터 뛰어온 추승균은 이로써 생애 처음이자 역대 챔프전 최고령 MVP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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