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전북 익산의 ‘꿈꾸는 뜰 교육문화센터’. 익산 영만초등학교 김현아(5학년)양이 박두진 시인의 시 ‘해’를 읊조리자 청중들은 숨을 죽였다. 김양은 맑고 낭낭한 목소리로 시의 느낌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교생이 17명뿐인 영만초교 학생들이 ‘제19회 전국시낭송대회’에 전북 대표로 나갈 티켓을 싹쓸이했다. 이종기 시인의 ‘약속’을 낭송한 박지원(2학년), ‘국화 옆에서’(서정주)를 낭송한 염하늘(2학년) 학생도 최우수상을 받아 11월14일 서울에서 열리는 본선대회 참가 자격 3장을 모두 차지했다. 함께 출전한 김선영(4학년), 김은지(1학년)양도 우수상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는 각 시·군에서 43명의 어린이가 참가했으며, 다른 학교 학생은 중간 구절을 까먹고 무대에서 울어버리는 등 해프닝도 많았다.
김양 등은 학교 대표로 선발된 뒤 친구들과 가족들을 앞에 놓고 ‘친구야’ ‘풀잎’ ‘차숟갈’ 등의 시를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이들을 지도한 박지현 교사는 “아이들이 참 열심히 땀흘렸다”며 “한편의 시를 외우는 데만 꼬박 일주일, 그리고 또렷하게 발음하고 감정을 싣는데 또 그 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성과는 한글 사랑과 아름다운 마음을 기르기 위해 글짓기와 독서, 시낭송 등 문학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유현상 교장의 힘이 컸다. 유교장은 한달에 한번 ‘컴퓨터 없는 날’을 정하는 등 학생들이 늘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김현아 양은 “상을 받고 나니 그동안 고생스럽게 생각했던 연습 과정이 보람으로 남는다”며 “더 많이 노력해 전국 대표들이 겨루는 본선에서도 실력을 뽐내고 싶다”고 말했다. 익산=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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