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나라도 그런 결단 했을 것”

DJ “나라도 그런 결단 했을 것”

기사승인 2009-05-28 18:01:03

[쿠키 정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당신처럼 용감한 사람이 못 견디면 어떻게 하느냐는 심정도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이 느낀 치욕과 좌절, 슬픔을 생각하면 나라도 그런 결단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서울역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한명숙 공동 장의위원장 및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이같이 밝혔다. 자신의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추도사가 정부 반대로 무산된 것에 대한 불만도 터뜨렸다.

김 전 대통령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 부인, 아들, 딸, 일가친척과 친지에 대해 하나도 남김없이 싹쓸이로 조사했다”면서 “돌아가신 날까지 혐의가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다. 전직 대통령을 소환한 뒤 20일이 지났는데 증거를 못 대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전례없는 대(大)조문 군중이 이렇게 매일 모여드는 사실에 감동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위대한 영웅인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하는 동시에 국민 각자의 마음에 있는 슬픔을 노무현의 슬픔과 같이 묶어서 서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도 쏟아냈다. 김 전 대통령은 “시청앞에서 분향하는 것도 막고 있고, 제가 추도사를 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반대했다”며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후퇴하고 있고, 빈부격차가 강화됐고, 남북관계가 초긴장상태에 있는 가운데 국민은 속수무책”이라고 탄식했다.

앞서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봉하마을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명숙 전 총리가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로 추도사를 부탁했고, 김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흔쾌히 승락했으나 정부가 완강히 반대해 무산됐다”며 “유가족들은 굉장히 아쉬워했고, 정부측에 섭섭하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례가 없고, 다른 전직 대통령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노무현과 김대중이 앞장서서 해왔다. 남북관계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죽은 게 아니다. 국민들 마음속에 ‘그런 시원한 남자는 처음 봤다. 아주 사랑한다’고 길이길이 남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휠체어를 타고 분향소 앞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오른손엔 지팡이, 왼손엔 국화꽃을 들고 측근의 부축을 받아 노 전 대통령의 영정에 헌화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김해=한장희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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