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존엄사 시행] 김 할머니 안정적으로 자발호흡 지속

[첫 존엄사 시행] 김 할머니 안정적으로 자발호흡 지속

기사승인 2009-06-23 22: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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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국내 첫 존엄사 시행으로 23일 연명치료가 중단된 김모 할머니가 12시간 넘게 호흡을 계속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수액과 영양공급을 지속한다고 밝힌 만큼 김 할머니가 최대 수개월 더 살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김 할머니 가족 뿐 아니라 존엄사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법원이 김 할머니의 병세를 실제보다 더 나쁜 것으로 판단해 존엄사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의료계 "더 살 수 있다"=권정택 중앙대병원 중환자실장은 "뇌 손상으로 자발적 호흡이 불가능해 호흡기를 떼면 바로 죽는 뇌사자와 미약하나마 자가 호흡이 가능한 식물인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김 할머니가 호흡기를 뗀 뒤에도 살아 있는 것은 약하지만 자발 호흡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장은 식물인간 상태에서 10년간 연명한 미국의 카렌 퀼란의 예를 들며 "폐렴이나 욕창 등이 없고 병원 측도 일반적인 수액이나 영양 공급을 계속하겠다니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퀼란은 1975년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뒤 가족 요청에 따라 인공 호흡기를 뗐으나 10년간 살았다. 이 환자는 나중에 폐렴에 결렸을 때 가족들이 치료를 거부해 결국 사망했다.

◇대법원 기준 적용 타당했나=대법원은 지난달 21일 판결문에서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하는 것이 명백할 때는 연명치료를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 존엄을 해치게 된다"면서 연명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제 대법원이 말한 '짧은 시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떼면 수분에서 수시간 내 사망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대법원은 '짧은 시간'으로 구체적 시간을 정하지 않았었다.

특히 대법원이 김 할머니의 상황이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라고 확신한 대목을 두고 오판 논란이 일 수 있다. 당시 세브란스병원은 김 할머니가 존엄사 가이드라인 3단계 가운데 1단계인 '죽음이 임박한 상태의 환자'는 아니라고 봤다. 즉, 2단계인 '식물인간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환자'라며 존엄사 시행에 반대했다. 안대희 양창수 이홍훈 김능환 대법관은 김 할머니가 돌이킬 수 없는 사망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었다.

◇존엄사 오·남용 논란일듯=세브란스병원은 김 할머니가 존엄사 가이드라인 2단계에서 3단계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3단계는 '식물인간 상태이지만 호흡이 스스로 가능한 환자'다.
3단계에서는 아직까지 세부적인 존엄사 지침이 없다. 따라서 김 할머니가 앞으로 수일 이상 생명을 유지한다면 병원과 가족은 환자를 지금처럼 병실에 둘지, 아니면 품위있는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집이나 완화의료병동으로 옮길지 등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할머니가 생명을 계속 유지함에 따라 존엄사 오·남용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생명에 대한 인간의 판단이 과연 정확하고 적절한지를 두고 의료계와 종교계에서 존엄사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권기석 김아진 기자
twmin@kmib.co.kr
김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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