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제왕' 현주엽(34)이 우승 반지의 한을 풀지 못한 채 은퇴를 선택했다.
프로농구 창원 LG는 24일 현주엽이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한 반복적인 수술과 재활에 시달린 탓이다. LG와 계약기간을 1년 남겨놓았던 현주엽은 은퇴 후 구단의 지원을 받으며 지도자 연수를 받기로 했다.
현주엽은 1m95에 100㎏이 넘는 체구에도 엄청난 탄력과 개인기를 갖추고 있어 고교(휘문고) 시절부터 한국 농구계를 뒤흔들 선수로 주목받아왔다. 1997년 고려대 재학 중 아시아올스타 경기에 출전해 경기도중 백보드를 깨뜨리는 강력한 덩크슛을 선보였을 만큼 파워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대학 시절엔 연세대와 함께 농구대잔치 열풍을 주도했고 프로농구 초창기 인기 주역으로 군림했다.
현주엽은 1998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SK에 지명돼 서장훈과 한솥밥을 먹었으나 당시 신생팀 SK의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다. 상무 소속으로 출전했던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선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 레이업을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고, 결국 만리장성 중국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KTF로 팀을 옮긴 뒤 2004∼2005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됐던 현주엽은 그 해 어시스트 2위(평균 7.8개)를 차지하며 '포인트 포워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현주엽은 계속되는 무릎 부상과 노쇠화에 시달리면서 결국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지난 5월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던 현주엽은 오는 12월쯤 팀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강을준 감독이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함에 따라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 통산 9시즌을 뛰며 정규리그 397경기에서 평균 13.3점, 5.2어시스트, 4.1리바운드를 기록했으나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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