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마포구청에 처음 드러왔음니다. 청장님께서 경로당 콤프타를 설치하여주신 덕이라 생각되어 감사의 인사합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황방연(87·대흥동) 할아버지가 올린 글이다.
요즘 마포구 경로당에는 황 할아버지처럼 ‘컴퓨터 삼매경’에 빠진 어르신들이 많다. 마포구가 지난 4월부터 추진 중인 ‘IT 경로당’ 사업 덕분이다.
마포구는 지난해 말 관내 130곳 경로당 중 70곳에 서울IT희망나눔뱅크에서 지원받은 중고 컴퓨터를 설치했다. KT 신촌지사로부터는 인터넷 이용료를 지원받아 인터넷망을 깔았다. 정보소외계층인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정보 활용능력을 키워주자는 취지에서다. 여기에 어르신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가 보태졌다. 컴퓨터를 쓸 줄 아는 어르신 30명을 대상으로 강사 교육을 시킨 뒤 경로당 어르신을 1대 1로 가르치도록 한 것이다. 월 보수는 20만원.
29일 찾아간 노고산동 노고산 경로당에서는 심희국(82) 할머니의 ‘컴맹 탈출 교육’이 한창이었다. 심 할머니가 꼬박꼬박 “강사님”이라고 부르는 김광빈(86) 할아버지가 심 할머니 옆에 앉아 한글타자 연습을 도왔다.
심 할머니는 “컴퓨터 앞에 앉기 전까지는 자판에 영어만 있는 줄 알았어”라고 말했다. 심 할머니가 또박또박 자판을 두드렸다. 지난달까지 먼지가 수북했던 경로당 컴퓨터는 심 할머니 덕분에 반질반질해졌다. 심 할머니는 매일 서너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강의가 있는 날에는 경로당에 오전 8시에 나와 집에 갈 때까지 수시로 컴퓨터를 켠다.
심 할머니는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좋다”며 “나중에 경로당 어르신 명단을 한글파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의 3개월 교육 최종목표는 이메일 주고받기다.
김 할아버지는 “돈 한 푼 안들이고 미국에 사는 딸과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는다”며 “정보화 시대에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명의 어르신이라도 컴맹에서 탈출하도록 돕겠다며 심 할머니의 어깨를 두드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