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나도 모르는 딸이…” 결혼 앞둔 46세 여성의 기막힌 사연

“10년간 나도 모르는 딸이…” 결혼 앞둔 46세 여성의 기막힌 사연

기사승인 2009-08-16 17:29:01
[쿠키 사회] 출산 경험은 물론 결혼도 한 적이 없는 여성이 10년 동안이나 낳지도 않은 딸의 엄마로 등재돼 있다 소송을 통해 바로잡았다. 지난해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새로 도입된 가족관계등록제 덕분에 평생을 모르고 살 뻔했던 ‘법률상 딸’을 기록에서 지울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9월 결혼 준비를 하다 가족관계등록부를 떼본 유모(46·여)씨는 까무라칠 뻔했다. 결혼한 적도 출산한 적도 없는데 서류의 자녀란에 전혀 모르는 전모(13)양이 친딸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을 추적하던 유씨는 1999년 5월 작성된 전양의 출생신고서에 자신의 이름, 본적, 본관이 기재된 것을 확인했다. 유씨는 출산경험이 없다는 진단서를 근거로 가족관계등록부에 딸로 등재된 전양이 친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고 소송을 냈고, 서울가정법원 가사7단독 김소영 판사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씨가 뒤늦게나마 잘못된 호적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가족관계등록부 덕분이다. 과거 호적제에선 여성의 호적등본에 친자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사람마다 하나의 등록부를 갖도록 한 가족관계등록부는 남녀를 불문하고 가족관계를 등재하기 때문에 여성도 자식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6일 재판부에 따르면 전양의 친아버지(53)와 친모 이모(54)씨는 재판 과정에서 진상을 밝혔다. 전양은 96년 사실혼 관계였던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이씨가 전 남편과 헤어지기 전이어서 이들의 친생자로 호적에 올릴 수 없었다. 이씨를 모친으로 출생신고를 하면 전양이 이씨의 전 남편의 호적에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고민 끝에 법무사 사무장을 지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전양을 생부인 전씨의 호적에 올리되, 생면부지인 유씨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출생신고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전씨 부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도 함께 냈고, 지난달 전씨 부부로부터 3000만원을 받으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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