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40부(수석부장판사 이성보)는 수출기업인 K사가 신한·씨티·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옵션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K사는 2007년 11월 은행들과 키코 계약을 맺었지만 환율이 급등해 계약 만기까지 56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자 계약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K사는 “은행들이 거래에 내재한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환위험 회피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권유해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1심 결정에서 주요한 기준으로 삼았던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에 관한 부분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등을 지목해 “부수적 의무 위반이 있다고 해서 계약이 무효라거나 계약 자체의 해지나 이행거절권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당사자가 계약의 주된 내용을 이해해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는지 여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또 재판부는 “은행이 세계 금융환경의 급변에 따른 환율 급등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속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사전에 위험을 인식하고도 계약을 맺은 기업의 책임에 더 무게를 뒀다.
키코(Knock-In, Knock-Out)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 100여곳이 계약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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