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녹색뉴딜은 토목공사에 녹색 이미지 입힌 것”

정운찬 “녹색뉴딜은 토목공사에 녹색 이미지 입힌 것”

기사승인 2009-09-04 13:13:01

[쿠키 정치]“녹색 뉴딜은 토목 건설을 중심으로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예전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의 두번째 총리로 지명된 정운찬 서울대 교수가 한 말이다. 정 총리지명자는 올해 초 기독교계 계간지 ‘새길이야기’ 봄호에 실은 글에서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총리로 지명된 그가 과연 이명박 정부 안에 들어가 자신의 말을 얼마나 실천할지 주목된다.

정 교수는 이 글에서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을 ‘토목 공사에 녹색 칠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중심으로 이른바 녹색뉴딜 정책을 한다고 하는데, 이는 1930년대 미국의 뉴딜에다가 녹색 이미지를 더하고자 한 것”이라고 평가절하면서 미국의 뉴딜정책이 단순한 대규모 치수사업이 아니라, 광범위한 금융규제와 노동자의 권익보호, 사회안정망 등 국가 개입이 확대된 것으로 경제 운용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며 “토목 건설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단기간에 보여주려는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그는 녹색뉴딜을 ‘토목건설 뉴딜’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는 건설업의 추락을 막자는데에도 하나의 이유가 있겠지만, 거품은 반드시 꺼지게 돼 있고 새로운 호재들을 만들어 거품을 지탱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한계를 맞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건설업을 살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정 총리지명자는 “우리나라는 OECD 30개 회원국 중 건설업의 비중이 가장 큰 나라”라며 “이 돈 저 돈 끌어다 무리하게 건설업을 지탱시키는 것보다는 건설업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토목건설 말고도 시급히 필요한 공공프로젝트가 많다면서 “기초연구 개발이 매우 부족하고, 사회안전망도 약하고, 교육이나 보육 시스템에 대한 공적 투자도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지명자는 “이런 사람과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는 미국보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훨신 더 시급하다”며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살리고 중산층을 보호하는 적극적인 경제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같은 돈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지명자는 또 정부의 리더십과 신뢰 회복을 주문했다. 그는 “정부의 경제팀이 신뢰와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스스로 일관된 위기 극복을 위한 청사진을 가져야 한다. 큰 그림 없이 대증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스스로 일관성을 잃고 신뢰도 잃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 글의 결론에서 정 총리지명자는 “과거의 어떤 위기보다도 사회통합이 중요하다”며 “이번 위기에서 경제적 약자의 소득기반을 튼튼히 해주지 않는 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지도자의 철학과 비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정 총리지명자가 어떤 철학과 비전을 보여줄 것인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과연 바꿀 수 있을 것인지, 그의 행보를 지켜봐야할 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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