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점검 불쑥 해보니…

원산지 점검 불쑥 해보니…

기사승인 2009-09-16 17:24:01
[쿠키 사회]“아유∼ 한번만 봐줘요. 너무 바빠서 못했어요.”

“안 됩니다. 수입산도 국가명을 넣어야죠. 원산지 표시를 게을리 하셨네요.”

16일 서울 수유동 수유시장 안 ○○수산 앞. 서울시 복지국 식품안전추진단 원산지관리과 박계완 주임과 여주인 박모씨의 실랑이가 한창이다. 서울시가 추석을 앞두고 시민명예감시원 등을 동원해 불시에 벌인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 점검에 적발됐다. ○○수산은 지난해에도 과태료를 냈다.

적발된 품목은 낙지.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표시를 안했다. 원산지 표시 위반에 따른 과태료는 최하 5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부과된다. 바구니에 놓인 낙지를 다 팔아도 2만4000원어치인데 원산지 미표시로 과태료만 5만원을 물게 생겼다.

과태료가 크다 보니 요즘은 대형마트는 물론 동네 중소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도 원산지 표시가 꼼꼼하게 잘 돼 있다. 시민명예감시원 구병호(64) 전 축산기업중앙회 상무는 “2∼3년전만 해도 단속하다 상인들과 멱살잡는 일이 다반사였다”면서 “지금은 원산지 표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등 상인들 인식이 개선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입산일 경우 표시판을 슬쩍 뒤집어 놓거나 단속기간이 지나면 표시판을 아예 치워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소비자가 원산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박 주임은 말했다. 명절 대목뿐 아니라 수시로 원산지 표시 점검을 하다보니 그도 국산·수입산을 구별하는데 전문가가 됐다.

가을을 맞아 곶감 소비가 많다. 국산·수입산 구별법은 곶감 꼭지에 있다. 박 주임은 “국산 곶감은 꼭지가 동그랗게 깍여 있는 반면 수입산은 원래 꼭지 모양인 네모 형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구별이 어렵다는 국산 참조기와 중국산 부세의 경우 빛깔과 주둥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된다.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띠고 주둥이가 둥글면 틀림없이 중국산 부세다.

이번 단속에서는 수유시장을 포함해 예지동 광장시장과 후암동 A마트, 창신동 B마트 등에서 원산지 미표시로 모두 4건이 적발됐다. 적발된 가게 주인은 저마다 “(원산지 표시) 품목이 너무 많아 일손이 부족하다” “장사도 안 되는데 꼭 해야 하냐”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민명예감시원 이경선(49·여) 소비자파워센터 조사팀장은 “원산지 표시를 꼭 해야 하느냐고 상인들이 하소연하기도 하고 실제로 사정이 딱한 곳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원산지 표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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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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